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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

박근혜 사면은 작전용일까? [김세형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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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결정된 지난 24일 박 전 대통령이 입원 중인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앞에서 우리공화당원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박 전 대통령의 쾌유를 기원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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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성탄절 사면을 하기 직전에 언론들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이번엔 대상이 아니라고 여러 차례 썼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에게 "언제 사면할 것 같으냐?"고 필자가 물은즉 "문재인 대통령 고유 권한이지만 오해받기 싫어하는 성격이므로 대선 이후가 될 것"이란 답이 돌아왔다.

잘해야 3월 중순 이후라는 것이다.

필자는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국무위원에게서 이번에 사면을 건의했다는 소식을 컨피덴셜하게 듣고 있었다.

그럼에도 조기 석방에 관한 단 한 줄 보도도 나오지 않아 참 보안을 잘하는구나 싶었는데 성탄 전야에 작전처럼 발표가 터져 나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합니다. 새 시대 개막의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습니다"라는 발표에 '통합'이란 용어를 나는 잘못 들었나 싶었다. 임기 56개월 동안 보여온 게 있는데 문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통합, 새 시대를 말하니 귀를 의심했다. 아니 취임사를 잘못 들었나 싶었다.

이재명 후보는 "문 대통령의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며 금시초문인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윤석열 후보는 "우리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늦었지만 환영한다"며 탄핵 당시 수사 책임 검찰로서 45년형을 구형하고 형 집행정지를 신청하지 않은 데 대한 업보 때문에 얼른 '우리'라는 단어를 앞에 갖다 붙였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윤석열 후보의 사과를 반드시 받아내겠다"고 하고, 열린민주당은 더민주와 합당을 발표했다.

윤석열 후보는 부인 김건희 씨가 사과를 해도 불안이 가라앉지 않으니 일모도원(日暮道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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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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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BBC 방송,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포함되지 않고 한명숙, 이석기를 사면복권에 넣은 것을 지적했다.

사물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안목은 국내나 해외나 다 같은 모양이다. 국내 언론도 이 부분을 가장 많이 언급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을 갈라치기해 보수 분열을 노렸다는 것이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간 데 대한 복수심으로 안 풀어줬다는 해석이 주류이다.

그래도 청와대 발표 언어는 통합이요, 과거가 아닌 미래로 간다는 것이다.

사실 지금 풀어주나 3월 중순에 풀어주나 그동안 병원 치료를 한다면 별로 다를 것도 없다.

청와대 발표가 진심인지 여부는 대선 후엔 정말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풀어주느냐를 보면 알 것인데 그때는 대선은 끝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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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이 결정된 가운데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인근에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설치한 현수막이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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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사면을 놓고 다른 의심을 하는 야당 정치인들도 있었다.

대장동 개발에서 초과이익환수의 핵심 일을 맡았다가 주검으로 발견된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이 이재명 후보와 뉴질랜드 방문 사진 2장이 더 공개되자 안 되겠다 싶어 청와대와 선거캠프가 사면 카드를 급조했다는 것이다. 이걸 확인할 방법은 없을 터다.

윤석열 후보가 헤매고 있는 판에 반전의 기회를 주기보다 탄핵의 강으로 끌어넣을 초특급 묘책임에는 틀림없다.

전혀 다른 설(說)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건강이 정말로 심각해 이대로 가다가 '큰 사고'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사 3인의 소견이 있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이에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긴급사면으로 달려갔다는 설(說)도 지라시로 나돌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성탄 휴일 한 방송에 출연해 1주일 전부터 사면을 검토하라는 문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노라고 뒤늦게 실토했다.

"권력을 쥔 측이 할 수 있는 수단은 무궁무진하다. 선거 3개월을 남겨놓고 전개되는 일련의 시퀀스를 유심히 보라."

대통령 선거철이 가까워지자 그런 말이 전략가들 사이에 나돌았다.

남북정상회담부터 북한의 도발, 별의별 일이 다 동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협조, 그리고 코로나19만 잦아들었어도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됐을지 모른다.

그러나 오미크론이 훼방을 놔서 김정은부터 베이징에 갈 수 없게 됐다.

이제 플랜B로 문재인-시진핑 화상 정상회담은 잡혀가고 문재인-김정은 간 화상회담은 아직은 감감무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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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이낙연 전총리가 지난 23일 중구 달개비 식당에서 열린 오찬 회동후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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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사면 발표 하루 전에는 이재명-이낙연 간 화해식이 성사됐다.

친조국당인 열린민주당도 품 안으로 들어왔다.

권노갑, 정동영 등 동교동계 과거 더민주를 탈당한 세력들이 대거 결집하리라 한다.

이번 성탄절 사면 명단을 보면 사드 반대 시위범, 민노총 등 친여 좌파 범법자들이 대거 풀려났다.

결국 레프트 세 결집의 대대적인 진행이다.

보수진영은 어떤가.

박근혜 사면에 우리공화당은 윤석열을 배신자라 하고 배척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홍준표 의원이 '청년의 꿈'에 올리는 평론은 윤석열에 날카롭기 그지없어 이재명-이낙연 간 콤비 형성과는 대비된다.

이재명-송영길 사이의 찰떡궁합에 비하면 윤석열-이준석은 견원지간이 돼가고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속수무책이다.

선거 지형은 2030세대, 그리고 50대를 누가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중도세력 20%를 누가 더 많이 가져가느냐도 같은 셈법이다.

한나 아렌트는 좌파는 권력이 길거리에 떨어져 있을 때 주워 드는 탁월한 안목을 가졌다고 논파했다.

야당으로의 권력교체가 55%, 여당 권력유지 35%의 여론 판도라면 지금 권력은 길바닥에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여권은 일사불란하게 힘을 모아 진격하고 보수세력은 흩어지는 형국이다.

제갈량-사마의 간의 건곤일척 상방곡(호로곡)의 전투 같다. 제갈량은 사마의를 협곡 속에 가둬 화공을 막 펼치는데 하늘의 바람은 비를 부르고 사마의를 살려냈다.

승부는 1월 한 달 내에 명확하게 갈리게 된다.

더민주는 골든크로스 출현을 자신하며 벌써부터 그런 여론조사도 나타난다. 1월에 5%쯤 앞서나가는 측이 승리를 굳히는 게임이다.

2월 1일 설 연휴에 트렌드는 더 굳어질 것이며 2월 4~20일까지는 동계올림픽을 즐기느라 대중의 정치 집중력은 떨어질 것이다.

이제 한 달 남은 운명의 게임이다. 그 힘을 키우는 데 박근혜 사면 카드가 치밀한 계산하에 던졌다고 보면 될까.

[김세형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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