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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판문점서 남북정상 만나기 한달 전…북, 탄도미사일에 쓸 합금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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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북한 EEZ에서 선박 간 환적 행위가 이뤄지고 있다.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 보고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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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18~2019년 남·북·미 간 정상회담 등 평화 분위기를 연출하는 중에도 뒤로는 미사일 관련 부품 밀수를 계속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 패널은 지난 1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례 보고서에서 “북한은 제재를 위반해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해 왔다. 핵실험을 하지는 않았지만 핵물질 생산 능력을 지속적으로 증강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 패널은 매해 두 차례 보고서를 발간하며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8월에서 올해 1월 사이 수집한 대북제재 이행 관련 정보 등을 담았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이 지난달 24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한 뒤에야 모라토리엄(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유예) 파기라며 강하게 규탄했지만, 북한은 수년 동안 미사일 능력 진전을 위한 노력을 멈춘 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특히 주러시아 북한대사관 소속 외교관 신분으로 현지에서 각종 미사일 부품 조달을 위해 활약해 온 오용호에게 주목했다. 그는 지난 1월 미국이 독자 제재 대상에 올린 인물이다. 보고서는 오용호가 2016~2020년 아라미드 섬유, 회전 노즐, 베어링 등 탄도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다양한 부품을 직물 기계 등으로 위장해 북한으로 반입했다고 지적했다. 2018년 3월에는 러시아로부터 액체연료 추진 탄도미사일에 쓰이는 스테인리스 합금 9t을 사들였다.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약 한 달 전이다. 그는 또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렸던 2018년 6월에는 러시아 전문가로부터 고체연료 제조법 사본을 넘겨받았다. 특정 회사의 촉매제를 배합하는 방법이었다. 2019년 12월에는 또 다른 전문가로부터 러시아 순항미사일 TRDD-50의 설계도도 확보했다.

북한의 추가 핵실험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보고서는 북한의 핵 관련 시설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관측된다고 밝혔다. 영변 핵시설에서는 5㎿ 원자로 가동 징후가 포착됐다. 평산 우라늄 광산에서도 갱도 중 한 곳에 컨베이어가 설치되고, 정기적으로 철도 활동이 이뤄지는 등 수상한 움직임이 보였다. 또 다른 우라늄 농축 의심 시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강선에서도 대형 트럭이 주기적으로 오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 패널은 북한의 ‘소나기 발사’를 통한 미사일 기술 진전 현황을 분석하는 데도 상당한 분량을 할애했다. 전문가 패널은 보고서에서 “북한이 극초음속 활공체, 기동형 탄두 재진입체와 액체연료 탄도미사일 추진체를 결합한 신기술 이행에서 성과를 이룬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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