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홍콩 행정장관에 선출된 존 리 전 정무부총리가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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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을 이끌 차기 행정장관에 경찰 출신인 존 리(李家超·64) 전 홍콩 정무부총리가 당선됐다. 홍콩에서 경찰 출신이 행정장관에 선출된 것은 1997년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 처음이다. 강경 친중파 인사로 반정부 시위 진압을 진두지휘해 온 그가 행정수반 자리에 오르며 홍콩의 중국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8일(현지시간) 치러진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단독 입후보한 리 후보가 선거인단 1500명 중 1416표를 얻어 94%의 지지로 당선을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선거는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2시간30분 동안 진행됐으며 선거인단 1428명이 참여해 투표율 97.74%를 기록했다. 반대는 8표, 기권은 4표였다. 유효표 1424표를 기준으로 하면 리 당선인의 득표율은 99.4%에 달한다.
리 당선인은 당선 확정 후 기자회견에서 “홍콩을 국내외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고 홍콩의 안정 보장을 계속해서 최우선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행정부는 ‘애국자가 다스리는 홍콩’ 기치 아래 결과 지향적인 정부를 만들어 고질적인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국제적 위상을 지키면서 중국 본토와의 경제적 통합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겠다”며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는 계속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리 당선인은 홍콩 주권 반환 25주년 기념일이자 중국공산당 창당 101주년 기념일인 오는 7월 1일 제6대 홍콩 행정장관에 취임한다.
이번 선거는 중국이 ‘애국자’만 출마할 수 있도록 홍콩의 선거제를 개편한 후 처음으로 실시됐다. 리 당선인은 친중 진영이 선거위원회를 장악한 가운데 캐리 람 현 장관이 연임 도전을 단념하자 단독 입후보했다. 홍콩의 행정장관 선출은 선거위원들의 간접선거를 통해 이뤄진다. 지난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우산혁명이 거세게 일어난 바 있지만 선거위 위원이 800명에서 1500명으로 늘어났을 뿐 간접 방식은 변하지 않았다.
행정관료 출신인 역대 행정장관들과는 달리 리 당선인은 경찰 출신으로 45년 공직 생활 동안 강력범죄와 공안사범 단속에서 경력을 쌓았다. 1977년 홍콩 경찰이 된 후 경무처 부처장, 보안국장 등을 거치며 치안·안보 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2014년 우산혁명, 2019년 국가보안법 사태 등 굵직한 홍콩 민주화 운동 국면에서 각각 보안부국장(2012~2017년), 보안국장(2017~2021년)을 지내며 시위 탄압을 진두지휘했다. 그가 지난해 6월 홍콩 정부 2인자인 정무부총리로 발탁되자 중국 정부가 이러한 점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국 정부의 ‘보안통’인 그가 차기 행정장관에 선출되며 홍콩 안팎에서는 홍콩이 경찰국가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리 당선인은 행정장관이 되면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홍콩 국가보안법을 더 강력하게 개정하는 일을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케네스 찬 홍콩 침례대 교수는 지난 6일 AFP통신에 “존 리는 민주주의자들을 차단하고 시민사회에 압박을 가하며 향후 5년간 민주적인 개혁에 관한 모든 이슈를 기본적으로 죽이겠다고 결심했다”면서 “이는 문을 아주 완전히 걸어 잠그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반환 당시 ‘50년간 일국양제를 지키겠다’고 선언한 중국이 25년 만에 사실상 직접 통치에 나서며 홍콩의 중국화를 더욱 가속화하고 국제 금융 중심지로서의 홍콩의 입지를 더욱 좁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당국은 리 당선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국무원 홍콩·마카오 판공실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관심을 모았던 홍콩특별행정구 제6대 행정장관 선거가 무사히 치러졌다”면서 “존 리 후보의 당선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판공실은 “홍콩의 새로운 선거제도는 일국양제에 부합하고 홍콩 실정에 맞는 좋은 제도임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리 당선인에 대해서는 “보안 장관 출신에 정무 부총리를 역임해 경험이 풍부하고 실행력이 강해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과정에서 확고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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