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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이슈 19대 대통령, 문재인

봉하마을 찾은 文 그리고 與野…속내는 제각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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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문재인 전 대통령(가운데)과 부인 김정숙 여사(맨 왼쪽)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생태문화공원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맨 오른쪽)와 함께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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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6·1 지방선거를 앞둔 야권이 총결집했다. 5년 만에 참석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성과를 띄웠고, 윤석열 대통령의 첫 한미정상회담에 대해선 혹평했다.

문 전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했습니다. 약속을 지켰습니다. 감회가 깊습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그는 "아내는 연신 눈물을 훔쳤습니다. 그리운 세월이었습니다"라며 "우리는 늘 깨어 있는 강물이 되어 결코 바다를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처럼"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문 전 대통령은 추도식 후반부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래인 '상록수'를 합창단이 부를 때 김정숙 여사와 함께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따라 불렀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추도사에서 "이제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들어서게 됐다"고 해 참석자 모두에게 박수를 받았다. 그러자 정 전 장관은 "이 박수는 문 전 대통령에게 보내 주십시오"라고 화답했다. 박수가 이어지자 식장 맨 앞자리에 있던 문 전 대통령은 일어서서 뒤를 돌아 지지자들에게 인사했다.

야권 인사들은 윤석열정부와 각을 세웠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SNS를 통해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대한민국을 미·중 갈등의 한복판으로 몰아넣는 위험천만한 합의사항이 가득하다"고 지적했다. 전날 윤 대통령이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한미정상회담을 마무리한 가운데 문 대통령의 외교 철학인 '균형자 외교' 성과를 부각한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문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 사저에서 점심을 먹었다. 같은 당 윤호중·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과 박홍근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동석해 권양숙 여사가 준비한 도시락으로 오찬을 함께했다. 이 위원장은 "여러 말씀을 나눴는데 공개할 만한 정치적 의미가 있었던 말씀은 없었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추도식을 마치고 "노 전 대통령께 드렸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고 죄송하다"며 "사람 사는 세상의 꿈,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의 꿈을 앞으로도 잊지 않고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추도식에 참석하기 전 SNS를 통해 "민주당은 양보하며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 강행에도 불구하고 총리 인준 찬성으로 협치 물꼬를 텄다"며 "이제 윤 대통령 차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여권 인사들도 봉하마을에 대거 집결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에 이어 국민 통합 의지를 드러낸 행보로 분석된다. 국민의힘에선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참석했다. 이후에는 권 여사와 비공개 차담회를 진행했다.

정부를 대표해 추모식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도 '협치'를 강조했다. 한 총리는 참여정부 마지막 총리였다. 한 총리는 이날 봉하마을 문화체험전시관을 둘러본 뒤 "방금 본 전시관 마지막에 '민주주의라는 게 뭐냐'는 챕터가 있던데 대화하고 타협하는 이런 게 성숙한 민주주의 아니겠나"라면서도 "그런데 오늘 와서 보니까 역시 또 좀 어렵지 않나. 시간과 기록이 축적돼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날 봉하마을에 있던 시민들은 이 대표와 한 총리 등 여권 인사에게 야유를 쏟아냈다. 이 대표가 추도식에 들어서자 시민들이 "돌아가라" "오지 마라"며 고성을 지르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에 일부 시민은 "야유는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자중을 요청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노무현정신을 잃었다는 비판도 함께 내놨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노무현의 꿈을 망치는 자들이 노무현의 꿈을 잇겠다고 하니 통탄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김해 = 성승훈 기자 / 서울 =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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