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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G7 정상회담

G7, 푸틴 조롱… “우리도 웃통 벗을까요, 승마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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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회의 개막… 러·中 견제에 집중

러 3대 수출품 金 수입금지 결의, 원유·천연가스 가격상한제 공감

중국의 ‘일대일로’ 계획에 맞서 글로벌 인프라에 770조원 투자

사흘 일정으로 26일(현지 시각) 독일 바이에른주 엘마우성에서 개막한 주요 7국(G7) 정상회의에서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정상들은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본격적인 견제책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서도 한 목소리를 냈다.

정상들은 회의 첫날 러시아산 금 수입 금지를 결의했고,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가격 상한제 실시에도 의견 접근을 봤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계획에 맞서는 6000억달러(약 771조원) 규모의 새 글로벌 인프라(기반 시설) 투자 계획도 내놨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현실화한 중·러 양국의 안보 위협에 서구 사회가 본격적으로 대응을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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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 시각) 독일 바이에른주 엘마우성에서 열린 G7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알프스를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이들은 “우리도 재킷을 벗고 터프함을 보여주자”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종종 상의를 탈의하고 남성미를 과시하는 사진을 공개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조롱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왼쪽부터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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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7 정상들은 이날 첫 회의에서 러시아산 금 수입 금지 조치에 합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회의 개막 이틀 전 제안해 영국과 일본, 캐나다가 일찌감치 지지 의사를 밝혔고, 이날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다른 G7 회원국이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은 천연가스와 원유의 뒤를 잇는 러시아 최대 수출 품목으로, 전 세계 금 생산량의 약 10%가 러시아산이다. 이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한다. 러시아가 지난해 금 판매로 거둔 수익은 190억달러(약 24조4000억원)에 달했다. 로이터통신은 “공식적인 금수 조치는 G7 정상회의가 종료되는 28일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산 원유와 천연가스에 대한 가격 상한제에 대해서도 G7 정상들은 모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방 국가들이 일종의 카르텔(담합)을 형성해, 일정 가격을 넘은 원유는 사지 않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이 방안 역시 미국이 처음 제안했고,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서방의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에도 고유가로 러시아의 수익이 늘어나는 것을 막고, 유가를 떨어뜨려 국민 불만도 해소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프랑스는 “이 조치가 실질적 효과를 내려면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 협조가 필수적”이라며, 이들의 협력을 끌어낼 방안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독일은 “제도 실행을 위해 더 집중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고, 유럽연합(EU)은 “27개 회원국의 동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구체적 시행 방안에 대해서는 의견 차가 있었으나, 제도 도입 취지에는 G7 정상이 모두 공감했다”며 “합의 도출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글로벌 인프라 및 투자를 위한 파트너십(Partnership for Global Infrastructure and Investment·PGII)’ 계획도 내놨다. 지난해 G7 정상회담에서 제안했던 ‘더 나은 세계 재건(Build Back Better World· B3W)’ 프로젝트를 현실적으로 만든 것이다. 당시 백악관은 2035년까지 40조달러(약 5경1000조원)를 투입하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공개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대유행 여파로 각국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결국 이번에 총액 6000억달러 규모로 재편해 다시 내놨다. 미국이 우선 2000억달러를 내기로 약속했다. EU는 3000억유로를 지원하기로 했다. 나머지는 다른 국가들이 분담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계획은 (저개발국과 선진국 등) 전 세계 모두가 혜택을 볼 수 있는 투자”라며 “(권위주의 국가가 아닌) 민주주의 국가들과 협력해 얻을 수 있는 구체적 이득이 무엇인지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PGII가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한 대안임을 드러낸 발언이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아프리카와 인도양 저개발국에 항만·도로·철도·발전소 투자 등을 하며 중국에 고액의 부채를 지게 했다. 또 현지 기업이 아닌 중국 기업이 인프라 건설을 도맡게 해 산업 의존도를 심화시켜 사실상 중국의 종속국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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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총리 시절이던 2009년 시베리아에서 상의를 탈의하고 선글라스를 낀 채 말을 타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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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정상들은 단체 사진을 촬영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겨냥한 농담도 이어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우리 다 함께 재킷을 벗을까. 푸틴보다 더 터프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하자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웃통을 벗고 말을 타자”고 맞장구를 쳤다. 종종 상의를 탈의하거나 거친 운동을 하는 사진을 공개해온 푸틴을 조롱한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들은 전했다.

정상들은 둘째 날인 27일에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고 러시아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흑해 항구에서 곡물을 자유롭게 선적해 수출할 수 있도록 봉쇄를 풀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러시아가 점령 상태에서 납치해간 우크라이나 민간인들도 즉시 송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크라이나에 대해서 가능한 한 오랫동안 재정, 인도, 군사, 외교적으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정상들은 이날 대러시아 국제 제재에 미온적인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도 만나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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