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외면으로 비칠깔 우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5일 오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열린 비공개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대표실로 들어가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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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은 문재인 정부 시절 벌어진 사건 가운데 2020년 9월 서해 북쪽 해상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군에 피살당한 일을 재조명하는 데 연일 주력하고 있다. 이 사안을 둘러싼 정치공방이 장기화하면서 국민의힘 안에서도 피로감과 함께 민생 외면으로 비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5일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가 피격 사건 발생 직후 해수부 공무원이 북한군에 나포됐다는 첩보를 입수하고도 구조를 위한 매뉴얼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16일 국방부와 해양경찰청이 ‘이대준씨가 월북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2년 전의 발표를 뒤집고 사과한 직후부터 태스크포스를 꾸려 이 사안을 쟁점화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또한 기자들에게 “앞으로 더 진행되지 않겠나”라고 말해 장기화를 예고한 바 있다. 국민의힘 태스크포스는 6일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이 사건을 유엔에 제소하는 등 국제 무대로 끌고 갈 방침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거들었다. 이 장관은 5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역대 정부에서 ‘비에이치’(BH·청와대)와 경찰 수뇌부가 밀실에서 (인사 등을) 거래해온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며 “대표적인 게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다. 일명 ‘해경왕’으로 불리는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이 해양수산부 장관을 제치고 (해경과) ‘직거래’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행안부가 경찰 수사를 통제하기 위해 경찰국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자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불법적으로 경찰을 통제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과도하게 전 정부와의 대결로 몰아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문재인 정부가 잘못한 일이 있으면 뒷수습을 하고 대안을 만들어야 ‘우리가 당신들 뽑기를 잘했다’ 이렇게 되는 것”이라며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관계 부처에서 하면 되는 건데 대통령까지 나서서 주요 어젠다로 삼고 있는 건 아쉬운 일”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도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윤석열 정부가 이 주제를 핵심 어젠다로 삼고 가는 건 좀 부적절하지 않으냐”며 “지금은 이미 정권이 넘어왔는데, 전 정부를 우리의 주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사건’을 다룰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그게 장기간 소비될 주제인가”라며 “어떤 분이 ‘해수부 공무원은 안타깝지만, 그게 중요하냐. 지금 기름값이 2200원인데’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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