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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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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이름 내건 관절센터서 의사 인생 2막 “인공고관절 수술 롤모델 제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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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퇴임하는 구경회 정형외과 교수

중앙일보

9월 1일부터 제일정형외과병원 K-관절센터에서 진료하는 구경회 교수. 그는 “변함없이 진료와 연구를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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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는 서비스업이고 환자는 소중한 고객이다.”

구경회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에게 의사로서의 철학을 묻는 질문에 돌아온 답변이다. 병원들이 저마다 서비스를 강조한 지 오래지만 저명한 의대 교수, 그것도 세계적인 석학의 답변으론 다소 의외의 표현이다. 이후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 “교과서·학술지에서 배우는 지식 중엔 틀린 부분도 많다. 제대로 된 데이터를 제공하는 건 바로 환자다. 따라서 환자는 고객이자 선생님이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환자에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제자들에게도 이렇게 가르친다고 했다.



과잉진료 막는 새 국제 기준 제시



구경회 교수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고관절 분야 최고 전문가다. 다양한 업적 중에서도 과잉진료를 막는 획기적인 진단 개념을 제시한 것으로 손꼽힌다. 우선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병기(病期)를 재정립했다. 골반뼈와 맞닿은 넓적다리뼈 위 끝부분(대퇴골두)으로 가는 혈류가 차단돼 뼈 조직이 죽는 질환을 말한다. 2019년까지만 해도 극초기인 ‘0기’의 개념이 있었다. 괴사에 대한 예방적 치료가 원칙이었다. 놔두면 괴사가 생긴다는 오해 때문이었다. 구 교수는 “0기라는 건 절대 존재하지 않고 필요도 없는 치료였다”며 “진료에 맞는 병기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공감대는 있지만 아무도 움직이지 않을 때 구 교수가 병기 개정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다. 결국 2020년 국제 진단 기준에서 0기는 없어졌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진행 여부의 기준도 제시했다. 진행 여부가 괴사 부위 크기에 달렸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구 교수는 “이전에는 괴사 부위가 암처럼 커진다는 인식이 있었다. 그래서 조그만 괴사도 치료했다”며 “하지만 크기는 절대 변하지 않으며, 크기가 큰 경우에 진행하고 중간 크기는 진행 여부가 반반, 작으면 진행을 안 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작은 괴사는 오히려 치료하면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또 올해 구 교수는 괴사 부위의 크기(대·중·소)를 분류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그리고 종합적으로 ^괴사 부위 크기가 크고 ^2㎜ 이상 함몰된 3기면서 ^환자가 통증이 있을 때 치료해야 한다는 치료지침까지 제시했다.

구 교수는 이런 업적을 인정받아 오는 26일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무혈성괴사학회에서 공로상(lifetime achievement award)을 수상한다. 그는 1973년 학회 설립 이후 제정한 이 상의 첫 수상자가 된다.



국내 첫 고관절 수술 교육센터 구축



구 교수는 2003년 개원부터 근무해 온 분당서울대병원을 뒤로하고 정년퇴임 후 오는 9월 1일부터 제일정형외과병원으로 자리를 옮긴다. 새로 오픈하는 ‘K-관절센터’의 센터장을 맡는다. ‘관절센터 강화’라는 중책을 담당한다.

센터 명칭에도 그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사실 K-관절센터의 ‘K’는 세계적인 관절센터로 만든다는 의미로 한류(korean wave)의 뜻도 담고 있지만 구 교수의 이름을 의미하기도 한다. 구 교수는 “내 이름(경회)이 외국 사람들에게는 발음하기 어려워 해외에선 공식적으로 ‘Kay’라는 영어 이름을 사용한다. 그런 점에서 K-관절센터는 이름을 내건 것이라 할 수 있다”며 “그런 만큼 책임감 있게 센터를 키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구경회 관절센터’인 셈이다.

실제로 K-관절센터는 세계적 수준의 관절수술센터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첫째는 감염률 최소화다.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감염이다. 수술 후 감염이 발생하면 관절을 다 들어내야 해 환자에게 치명적인 데다 치료 후 재감염률도 높다. 구 교수가 근무한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는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에서 세계에서 가장 낮은 감염률로 유명하다. 미국 메이요클리닉(1%)의 10분의 1 수준(0.1%)이다. 7000여 명의 수술 환자 중 단 7차례만 감염이 발생했다. 이 중 4명은 스테로이드 치료 환자, 3명은 암으로 골반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였다. 모두 감염의 첫 번째 위험 인자다. 감염에 대해선 완벽했던 셈이다. 구 교수는 센터에 동일한 수준의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신규철 제일정형외과병원장도 “K-관절센터 활성화를 위해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게다가 센터 내에 고관절 전문의를 위한 ‘관절 치환술 러닝센터’도 구축한다. 국내 유일이자 최초다. 구 교수의 수술을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는 교육센터다. 그는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에서도 세계 권위자다. 과거 무혈성 괴사 유발로 문제가 됐던 인공관절 소재가 세라믹으로 바뀐 이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세라믹 인공관절 관련 논문을 발표했다. 감염과 함께 수술 후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된 탈구 발생률은 제로에 가깝다. 탈구는 수술 정확도의 지표다. 구 교수는 “탈구의 원인은 정확하지 않은 잘못된 수술”이라며 “러닝센터는 감염률 낮고 탈구도 안 되는 인공관절 수술을 보고 배우고자 하는 의사들에게 개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닝센터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 고관절 전문의까지 대상이다.

그는 연구를 활발히 지속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의 H-index(허쉬 지표)는 56이다. 구 교수는 “2~3년 내에 H-index가 60이 될 것 같다. 그렇게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H-index는 연구의 양과 질을 고루 평가하는 지표다.

류장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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