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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흔들리는 수입 곡물 시장

우유 가격 용도별로 차등화…'밀크플레이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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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용유·가공유 가격 다르게 책정 국산 치즈·버터 생산 늘어날 전망 흰우유 값 3천원 선으로 오를 듯 [비즈니스워치] 김아름 기자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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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어드는 우유 수요와 관계없이 우윳값을 올리는 역할을 했던 생산비 연동제가 도입 10년 만에 폐지된다. 대신 음용유와 가공유 간 가격에 차등을 두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한다. 마시는 용도의 우유는 현재 수준의 가격을 유지하고 치즈·버터 등을 만드는 가공유는 공급 가격을 낮춰 국산 유가공품 수요를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올해엔 우유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를 것이 기정사실화됐다. 차등가격제는 내년부터 적용된다. 올해엔 지난해 이월된 생산단가 인상분인 리터(L)당 18원에 더해 올해분 34원을 합친 52원 안팎이 오를 전망이다. 인상된 가격이 적용되면 시중에서 L당 2000원대 흰우유가 사라질 수 있다. 빵이나 커피,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도 줄줄이 오를 가능성도 높다.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하는 이유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6일 유제품 수급조절 기구인 낙농진흥회 이사회에서 낙농제도 개편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편안은 원유 가격을 용도별로 다르게 매기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과 '생산비 연동제' 폐지를 골자로 한다.

용도별 차등가격제가 도입되면 음용유와 가공유의 가격을 달리 책정하고 생산비와 시장 상황을 함께 고려해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로 개편된다. 농식품부는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수 있도록 실무 협의체를 마련하고 세부 실행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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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비 연동제는 원유 가격을 낙농가의 생산비에 연계해 정하는 방식이다. 사료 등 생산비가 오르면 원유 가격이 이에 맞춰 오르는 방식이다. 제조원가가 오르면 가격도 오르기 때문에 낙농가가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실제 시장 수요가 줄더라도 가격이 떨어지지 않아 국산 우유·가공유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실제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01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 원유 가격은 72.2% 올랐다. 반면 1인당 우유 소비량은 36.5kg에서 31.8kg으로 12.9% 감소했다. 수요는 줄었지만 가격은 크게 늘어났다. 같은 기간 미국은 12%, 유럽은 20% 오르는 데 그쳤다. 국산 우유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우유'가 된 이유다.

'국산 치즈' 늘어날까

흰우유 소비는 줄었지만 식단의 서구화가 진행되며 버터·치즈 등 가공유제품 수요는 크게 늘었다. 농림부 통계에 따르면 2001년 63.9kg이었던 국민 1인당 가공유제품 소비량은 2020년 83.9kg으로 31.3% 증가했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가공유제품은 대부분 수입원유를 사용한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현재 수입산 원유 가격은 L당 400~500원 선으로, 국산(1100원)의 절반 이하다. 버터나 치즈의 경우 원유 사용량도 많다. 치즈 1kg을 만드는 데 원유 10L를 쓴다.

이 같은 영향으로 지난해 원유 수입량은 241만4000톤에 달했다. 국내 생산량 203만4000톤을 크게 웃돌았다. 10년 전에는 123만8000톤으로, 국내 생산량의 절반 수준이었다. 수입 원유가 늘면서 전체 소비량은 335만9000톤에서 444만8000톤으로 30% 넘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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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산 원유 가격으로는 치즈나 버터를 만들어도 가격이 너무 높아진다"며 "유의미한 수준의 점유율을 낼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으로 마시는 용도인 흰우유와 치즈·버터 등을 만드는 가공유의 가격을 별도로 책정할 수 있게 되면서 국산 원유에도 길이 열렸다. 이번 개편안에서 음용유는 현재 가격인 L당 1100원에, 가공유는 800원에 구매하도록 했다. 가공유 가격을 낮춰 수입산이 대부분인 가공유 수요를 국산으로 돌려보겠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국내산 가공용 원유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유가공품 시장 진출이 확대됨에 따라 자급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국내산 원유를 활용한 프리미엄 유제품 출시가 늘어나면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도 우유 가격은 오른다

그럼에도 소비자가 체감하는 우유 가격은 당분간 낮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간 낙농제도 개편에 집중하느라 미뤄졌던 원유 가격 인상 논의가 본격화되기 때문이다. 차등가격제가 내년부터 도입되는 만큼 올해까지는 기존 생산비 연동제가 적용된다. 당장 다음달이면 원유 가격 인상폭이 결정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원유 가격이 47원에서 58원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3년 이후 최대 규모의 인상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해 원유 가격이 21원 올랐을 때 서울우유는 흰우유 1L 제품 가격을 2500원에서 2700원으로 올렸다. 올해 인상분이 50원대로 반영되면 3000원 선을 돌파할 수 있다. 흰우유 가격이 서울우유보다 비싼 매일유업 등의 제품들은 3000원 중반대로 가격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원유 가격 인상 이후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남양유업, 동원F&B, 빙그레 등 주요 기업들은 가격 인상에 나섰다. 스타벅스도 3개월 만인 올해 1월 주요 커피 가격을 올렸다. 이번에는 인상폭이 훨씬 큰 만큼 또 한 차례 가격 인상에 나설 명분이 생겼다. 이에 또 한 번의 '밀크플레이션'이 올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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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도별 차등가격제가 시작되더라도 시장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원유 중 가공유 가격(L당 800원)을 적용하기로 한 물량이 10% 안팎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추후 비율을 높인다는 계획이지만 시장 수요를 고려하면 실제 반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유 가격이 크게 오르면 유업계는 물론 우유를 많이 사용하는 베이커리, 카페 등도 원가 압박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며 "다른 인상 요인도 많은 만큼 식음료업계의 고물가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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