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차관 “‘중고생 촛불집회’ 모니터링” 주문
시민들이 2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 분향소에서 추모를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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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중고생 6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를 구실로 학생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며 집회 참여를 막고, 체육행사 등 일상적인 활동까지 자제시키려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현장에서는 ‘조용한 애도’와 ‘안전’만을 강조하는 교육부의 지침이 ‘가만히 있으라’던 세월호 참사의 메시지를 떠올리게 한다며, 학생들이 이번 참사를 객관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을 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참사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시도교육청과의 긴급회의에서 “일부 단체가 11월5일 개최하려는 ‘중고생 촛불집회’ 역시 학생 안전이 우려되는 행사”라며 “각 시도교육청은 적극적으로 상황을 모니터링해달라”고 주문했다. 장 차관의 발언은 경찰청이 참사 관련 시민단체 동향 정보를 수집해 만든 내부 문건이 공개되면서 재조명됐다. 해당 문건은 ‘단골 비난 소재인 고위공직자의 부적절한 언행·처신 철저히 차단’이라는 소주제에서 장 차관의 발언에 대해 “각 단체들이 애도 여론을 의식해 줄줄이 집회를 취소하고 있는 가운데 불필요한 언급이었다는 반응이 다수”라고 지적했다.
교육부는 각 시도교육청에 “국가애도기간 중 불요불급한 교내 행사는 가급적 조정·연기를 검토하고 불가피한 경우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해달라고 단위 학교에 안내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따라 광주시교육청은 학교로 공문을 보내 ‘축제 및 체육행사 취소 또는 연기, 현장체험학습 때 놀이 위주 체험 지양, 추모 분위기에 부적합한 행위, 소음이 포함된 교육활동 자제’를 주문하기도 했다. 각급 학교에 무엇을 어떻게 하라는 지침은 없이, 하지 말라는 지침만 잔뜩 보낸 셈이다.
교육부는 8년 전인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도 비슷한 행태를 보여, 세월호 침몰 순간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선내 방송을 학교 현장에서 되풀이한다고 비판받았다. 교육부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5일이 지난 상황에서 “(세월호 참사는) 수학여행 중 발생한 사고”라며 초·중·고교의 1학기 수학여행을 중지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 9월16일에는 ‘노란 리본 달기’ 등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동을 금지하는 공문을 각 시도교육청에 보내기도 했다. 추모 행동이 미성숙한 학생들에게 편향된 시각을 심어줄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서울의 한 중학교 2학년 학생은 “이태원 참사 전에도 촛불집회가 있었고 2만명 가까이 모여도 사고가 없었는데, 정부의 잘못된 대응으로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부분을 덮고 정부 비판을 못 하게 하려고 새삼 (학생 안전을 핑계로) 집회 참석을 막으려는 것 같다”며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싶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중고생 촛불집회’ 주최 단체인 촛불중고생시민연대 역시 “가만히 슬퍼만 하고, 집회에 나와 정부 책임은 묻지 말라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촛불중고생시민연대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 올린 논평에서 “교육부는 이태원 참사라는 비극을 정치적으로 이용해 학생들의 평화적인 ‘집회의 자유’를 탄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고생 촛불집회’는 추모의 뜻에서 1주일 연기돼 12일 열릴 예정이다.
교사들 역시 학생들에게 ‘조용한 애도’만이 최선은 아니라고 말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는 2일 성명을 내어 “학교는 아이들이 슬픔을 딛고 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며 “우리 사회가 참사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피해자의 잘못인 ‘부주의’로 일어난 일이라는 시선을 갖지 않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이를 위해 교육당국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애도수업’ 안내 자료를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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