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직전에… “中밀항 준비설”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 |
투자자 피해액이 1조6000억원대로 추산되는 ‘라임 펀드 사기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자신의 결심 공판 1시간 30분 전 전자팔찌를 끊고 달아났다. 그는 작년 7월 법원이 전자팔찌를 차는 조건 등을 붙여 보석 허가를 해줘 그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서울남부지검은 11일 “법무부 보호관찰소로부터 이날 오후 1시 30분쯤 경기도 하남시 팔당대교 인근에서 김 전 회장의 전자팔찌 신호가 갑자기 끊겼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김 전 회장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남부지검은 이날 그를 전국에 지명 수배했다.
김 전 회장은 2018~2020년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스타모빌리티 자금 등 1000억원 상당을 횡령하고 정치권과 검찰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2020년 5월 구속 기소돼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재판장 이상주)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었다. 작년 7월 보석으로 풀려났는데, 당시 법원은 그 조건으로 보증금 3억원을 내고, 주거지를 정해진 곳으로 제한하면서 전자팔찌를 부착할 것을 명령했다. 그는 증거 인멸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도 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과 별건으로 김 전 회장의 91억원대 사기 혐의 수사를 하며 지난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그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당시 법원은 “보석 석방이 됐고 재판에 성실히 출석하고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에는 보석 취소도 청구했다. “수사 과정에서 ‘김 전 회장이 피해자들과 합의가 되지 않아 중국 밀항을 준비했다’는 내부자 진술이 확인돼 도망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 전 회장은 지난 2020년 체포될 때도 자신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된 후 약 5개월간 수십 개의 대포폰을 사용하고 호텔 등을 전전하면서 도피 생활을 했었다. 경찰은 김 전 회장을 체포한 후, 그가 머물던 빌라나 다른 물품보관소 등에서 밀항이나 도피용 자금으로 쌓아둔 5만원권 현금 다발 60억3000만원어치를 찾아냈었다.
하지만 법원은 이날 김 전 회장 도주 사실이 알려진 뒤에야 검찰의 보석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 전 회장 측이 지난 재판 때 추가로 증인을 불러 심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재판부가 이를 받아주지 않고 결심 공판 날짜를 잡으며 1심 재판을 끝내려 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가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이 도주 우려가 큰 상황인데 법원이 왜 보석 취소를 신속하게 하지 않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밀항이나 극단 선택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경찰 등과 공조해 그를 찾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중”이라고 했다.
[유재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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