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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슈 일본 신임 총리 기시다 후미오

한달새 3번째 장관 경질… 위기의 기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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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재생상·법무상사퇴에 이어 총무상 회계 스캔들

지지율은 30%대 추락

이제 내각엔 기시다 라인 1명뿐

“단명 총리로 끝날 듯”

일본의 기시다 정권이 잇단 스캔들에 휘청거리고 있다. 한 달 새 내각 대신(장관) 3명이 연이어 경질·사퇴하면서 출범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20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가 정치자금과 관련한 의혹이 드러난 데라다 미노루 총무상을 경질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저녁 총리 관저에서 데라다 총무상을 면담하고 사표를 수리했다. 6선 국회의원(중의원)인 데라다 총무상은 지난 3년간 제출한 ‘후원회 정치자금 보고서’에 서명한 회계 책임자가 실은 2019년에 사망한 인물이라는 의혹을 받아왔다. 회계 담당자 없이 정치자금을 사실상 불법적으로 썼다는 것이다. 작년 중의원 선거 때 렌터카 비용을 과다하게 썼거나 선거를 도와준 시의원들에게 불법적으로 보수를 지불했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야당은 물론이고 자민당 내부에서도 “정치자금법을 담당하는 총무성의 대신으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기시다 내각에선 지난 11일 하나시 야스히로 법무상이 사퇴했다. 하나시 법무상은 “(법무상은) 사형 집행 도장을 찍을 때나 톱 뉴스가 되는 밋밋한 일을 한다”는 실언 탓에 물러났다.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업무를 경시한 태도가 법무상 자질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달 24일에는 야마기와 다이시로 경제재생담당상이 구 통일교와 유착 문제가 불거지면서 사퇴했다.

기시다 내각은 지난 4~7월만 해도 50%대 높은 지지율에 순항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통일교에 원한을 가진 전 자위대원에게 피살된 후 자민당과 통일교 간 유착 문제가 터져 나오면서 내각 지지율이 30% 안팎으로 급락했다. 아사히신문이 지난 12∼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지지율이 37%로 추락했다. 마이니치신문이나 지지통신의 최근 여론조사에선 30%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스가 전 총리가 낮은 지지율 탓에 총리 연임을 포기했을 당시의 지지율과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기시다파(소속 의원 43명)는 자민당에서 아베파(97명)나 아소파(50명), 모테기파(54명)보다 세가 약한 소수파다. 올 8월 2차 내각 출범 때 기시다 총리는 19명의 각료 가운데 자신의 파벌 몫으로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 데라다 총무상, 하나시 전 법무상 등 3명을 기용했다. 그런데 하나시 전 법무상에 이어 데라다 총무상까지 물러나면서 기시다 파벌에는 하야시 외무상만 남게 돼 기시다 총리의 내각 장악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일본 정계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다른 거대 파벌에 휘둘리는 식물 총리로 전락하거나, 단명 총리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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