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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화물연대 총파업

화물연대 몰아붙이는 국토부·국민의힘…총파업 장기화하나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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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24일 경기도 의왕시 내륙컨테이너기지에 운행을 멈춘 화물트럭 위에서 한 노동자가 차량을 살펴보고 있다. 김창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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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차종·품목 확대 적용을 요구하며 2차 총파업을 벌인 지 27일로 4일째에 접어들었다. 국토교통부가 ‘업무개시 명령’을 예고한 상태에서, 28일 화물연대와 국토부는 파업 시작 이후 첫 교섭을 벌일 예정이다. 하지만 파업의 최대 쟁점인 안전운임제를 처리해야할 국회 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는 일정조차 잡히지 않고 있다.

27일 화물연대와 국토부에 따르면 양측은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2차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24일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간 후 양측이 대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부가 ‘업무개시 명령’을 예고하는 등 정부가 대화 시작 전부터 엄포를 둔 채 협상에 나서는 것이어서 교섭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1차 교섭은 지난 15일이었다.

이로 인해 이번 2차 교섭이 국토부가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기 위한 사전작업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26일 포항제철소를 찾아 “만나게 되면 조건 없이 업무에 복귀할 것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화물연대는 27일 입장문을 내고 “국토부의 일방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것을 (화물연대와) 만나기도 전에 밝힌 것은, 화물연대를 대화의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멸시행위”라고 규탄했다.

교섭이 결렬될 경우 이르면 오는 29일 업무개시 명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24일 관련 브리핑에서 “화요일(29일)에 있는 국무회의 또는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서라도 운송개시 명령을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업무개시 명령 검토를 직접 언급했다. 업무개시 명령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제14조에 근거하며, 운송사업자나 운송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운송을 거부해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는 경우 국토부 장관이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이를 화물기사가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화물운송 종사자격 취소·정지가 내려질 수도 있다.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개시 명령을 사실상 ‘강제노동’으로 보고, “반헌법적인 조치”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 업무개시 명령이 내려질 경우 총파업이 장기화하는 것은 물론 노정관계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운수노련은 국제노동기구(ILO)에 ‘긴급개입’ 요청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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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안부 장관,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방문규 국무조정실장, 윤희근 경찰청장, 장영진 산업부 차관과 함께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화물연대 운송거부 철회 촉구 정부 담화문 발표를 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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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가 폐지를 요구하고 있는 안전운임제 일몰 안건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 사안이다. 그러나 법 개정 논의를 위한 국회 법안심사소위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태다. 내년도 예산안 문제로 여야가 대치 상황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및 차종·품목 확대’안을 담은 야당의 개정안은 현재 5개가 발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4개, 정의당 1개 등이다. 해당 법 개정안들은 지난 7월 여야가 민생경제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했지만, 성과 없이 끝났다. 이후 지난 1일 다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로 회송된 이후 멈춰있다. 국민의힘은 화물연대 총파업이 선포된 후에야 ‘일몰시한 3년 연장’을 담은 법 개정안을 냈다.

법안심사소위 일정이 잡히더라도 여야간 이견이 커 진통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화주와 차주 간 입장이 첨예하고 교통안전 개선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면서 화물연대 요구에 부정적인 뜻을 내비치고 있다. 대통령실도 “안전운임제 도입 이후 사고위험이 줄었는지 확실한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안전운임제를) 검증 없이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는 입장이다.

화물노동자들은 전국 주요 항만·산업단지·사업장 등 16개 본부별 50여개 거점에서 2만5000여명이 총파업에 참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해 수사중인 화물연대 노조원은 8명이다.

국토부는 27일 오후 “전국 12개 항만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크게 감소해 수출입 및 환적화물 처리에 차질이 있고, 시멘트 출고량은 평시 대비 20%에 그쳐 레미콘 품귀현상으로 타격을 입는 건설현장이 발생하고 있다”며 “사태 장기화시 주유소 휘발유·경유 등 공급에도 차질이 우려된다”고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노동동향 점검 주요 기관장 회의’를 열고 “화물연대가 대화를 통한 해결에 적극 노력한다면 정부도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해법 모색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그간 “불법행위시 엄정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날 기관장 회의에선 ‘불법’이라는 단어는 내세우지 않았다. 이 장관은 “전국 48개 지방관서에 운영 중인 현장지도반은 화물연대와 관련된 상황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주시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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