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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코로나19 백신 개발

발등에 불 떨어진 中, 외국산 코로나 백신 접종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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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백신 효능 낮아 피해 커져

외국산 mRNA백신도 도입될듯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 폐지 이후 코로나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이르면 다음 달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을 본토에서 처음으로 승인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중국 의료계, 금융권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보건 당국은 코로나 확산으로 본토에서 중증 환자·사망자가 늘자 예방 효과가 높은 mRNA 백신 승인 검토에 착수했다. 작년에 개발이 마무리된 일부 중국산 mRNA 백신 사용을 승인하면서 외국산도 함께 허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상하이 푸싱(復星) 제약의 자회사인 키모완방 바이오파마에서 독일의 바이오엔테크가 단독 개발한 mRNA 백신인 푸비타이를 대량 생산할 준비에 나서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mRNA 백신은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만 전달하는 방식으로 항체를 생성하게 하는 백신이다. 예방 효과가 뛰어나고, 바이러스를 따로 배양할 필요가 없어 빠르게 개발·양산이 가능하다.

중국은 코로나 사태 초기인 2020년 1월 이후 현재까지 ‘방역 자립’을 강조하며 자국산 백신만 쓰고, 미국·유럽에서 생산하는 mRNA 백신(모더나·화이자)의 시장 진입은 차단해왔다. 하지만 중국의 코로나 감염자가 급속히 늘면서 상황이 악화하자 그동안의 방역 정책 기조를 크게 바꾸려 하고 있다. 특히 세계 각국이 중국의 코로나 상황 악화를 이유로 중국발 입국자를 규제하자 mRNA 백신 도입을 심각하게 고려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그동안 중국 본토에서는 mRNA 백신이 승인되지 않았고, 홍콩·마카오에서만 독일산 백신인 푸비타이를 접종할 수 있었다.

중국에서 mRNA 백신의 본토 승인이 본격 논의되는 배경은 중국산 백신들의 효능이 낮아 감염 확산에 따른 피해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현재 승인돼 사용하고 있는 백신은 불활성화(시노백·시노팜), 합성항원(지피벡스), 바이러스벡터(칸시노) 세 종류다. 이 백신들은 운반·보관은 쉽지만 효과는 mRNA에 비해 떨어진다. 홍콩 연구진은 지난해 3월 80세 이상 고령층에서 mRNA 방식인 화이자 백신의 효능은 84.5%에 달했지만 시노백은 60.2%에 그쳤고, 사망 방지 효과도 화이자(88.2%)와 시노백(66.8%) 간에 차이가 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1일 “중국 60세 이상 인구의 백신 접종률이 다른 국가들보다 낮고, 중국산 백신의 감염 예방률도 50%에 그친다”며 우려를 표했다.

중국에서 최근 오미크론 하위 변이가 잇달아 출현한 것도 mRNA 백신이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mRNA 백신은 항원을 만들 수 있는 ‘설계도’를 몸속에 전달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다른 백신들처럼 바이러스 배양의 단계를 거칠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짧은 기간 안에 대량 생산이 가능하고, 바이러스의 유전자 정보만 알면 즉시 설계가 가능해 변이 대응에 유리하다. 중국 지방 정부들은 지난달 말부터 가정의 폐수를 검사하며 변이 발생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중국 회사들의 mRNA 백신 개발도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윈딩신야오는 지난달 28일 저장성 공장에서 성공적으로 mRNA 백신 시약을 생산했다고 밝혔다. 1700억원을 투자한 이 회사의 mRNA 백신 공장은 본격 생산에 돌입하면 연간 7억회분을 만들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 승인받은 중국산 mRNA 백신도 있다. 지난달 8일 라오스는 스웨이바이오의 mRNA 백신을 긴급 승인했고, 지난해 9월엔 인도네시아가 옥삼바이오가 만든 mRNA 백신을 승인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옥삼바이오의 새 백신은 중국 기존 백신보다 코로나 예방 효과가 4배 크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mRNA 백신 도입을 추진하는 신호도 다양하게 확인된다. 베이징에서는 5일부터 독일 국적자를 대상으로 베이징허무자병원에서 푸비타이를 접종한다. 앞서 지난해 11월 중국을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중국이 자국 내 외국인에 대해 독일 바이오엔테크 백신 접종을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본토인들은 지난달 27일부터 홍콩으로 여행 가서 mRNA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됐다. 유럽연합(EU) 또한 중국을 돕기 위해 무료로 백신을 제공하기로 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 보도했다. 다만 중국 측이 이 같은 제안에 아직 답하지는 않았다.

중국에서는 최근 베이징·상하이·광저우 등 대도시에서 코로나 확산이 빠르게 진행된 후 중소 도시로 코로나가 번지면서 대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영국 보건정보분석회사 ‘에어피니티’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에서 코로나는 올해 3월까지 지속적으로 확산할 전망이고, 3월 초 감염자 수가 정점을 찍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다만 중국이 백신 수입을 국가 자존심 문제로 여겨 외국산 mRNA 백신 승인까지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주프랑스 중국 대사관은 현지 언론이 중국산 백신의 효능을 비판하자 “중국 백신은 매우 효과적이었고, 수백만 명의 죽음을 예방했다”면서 “중국에선 34억회분 이상의 접종이 진행됐고, 전체 인구와 노인의 예방 접종률은 각각 85%, 65% 이상”이라고 했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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