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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선거제 개혁

“중선거구제, 정책 대결 실종 우려…준개방형 정당명부제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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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정개특위·선거학회 공동 주관 토론회

일본·대만 사례 분석 토대로 비판 이어져

“권역별 비례·준개방형 정당명부제로 가야”


한겨레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한국선거학회가 21일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개최한 ‘다인선거구제와 선거제도 개혁 방향’ 토론회.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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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대만에서 선거구당 보통 2~4명 정도의 의원을 뽑는 중선거구제를 운용한 결과 정책 대결이 실종되고 비례성 강화에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한국선거학회는 21일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다인선거구제와 선거제도 개혁 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선 고선규 대구대 교수가 일본에서 1993년까지 지속된 중선거구제에 대한 연구 결과를, 지은주 고려대 교수가 대만에서 2005년까지 운용된 중선거구제에 대한 분석 결과를 각각 발표했다. 일본은 1994년 이후, 대만은 2005년부터 소선거구제와 병립형 비례대표제(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 수를 단순 배분하는 비례대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초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며 “한 선거구에서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1명의 다수 득표자만 뽑는 현행 소선거구제하에서 승자독식과 사표 발생 문제가 발생하면서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가 공고화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이다. 이후 국회에서도 중대선거구제가 선거제도 개혁의 대안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선거제도만 중선거구제로 바꾼다고 해서 이런 문제가 해결되긴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고선규 교수는 “일본 중선거구제의 가장 큰 특징은 정당이 아니라 후보자 중심 선거가 됐다는 것”이라며 “자민당이 1당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선거구마다 2~3명의 후보자를 내세웠고, 그러다 보니 정당의 정책이 아니라 후보자끼리 지역 민원 해결 경쟁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당이 개별 후보자를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후보자들이 지역 후원회에 의존하거나 정당의 ‘보스’에 의존하게 되면서 파벌이 조성됐다”며 “최소 5~6명 선거구로 하지 않으면 약소 정당은 의석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만 사례를 발표한 지은주 교수도 같은 문제를 제기했다. 지 교수는 “이론적으로 중선거구제를 운용하면 유효 정당의 수가 선출 의석 수보다 1개 더 많은 상황이 되어서 소선거구제보다 높은 비례성을 가져와야 한다”며 “그러나 대만은 중선거구제를 운용한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선거구의 의석 수 평균이 4.71이었지만, 평균 유효 정당 수는 2.76이었다”고 말했다. 지역구에서 중선거구제를 실시하면 이론적으로 최소한 의석 수보다 많은 정당이 등장해야 하지만, 여러 명의 후보를 낸 거대 양당으로 표심 쏠림 현상이 벌어져 실제 의회에 진출한 정당 수가 의석 수 평균의 58.6%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지 교수는 “대만의 중선거구제가 취지와 달리 양당제에 가까운 결과로 이어진 주된 원인은 우리의 대통령제와 비슷한 총통제에 있다”며 “총통제로 1명의 지도자를 뽑게 되니 총통이 속한 여당이나 제1야당에 속하지 않은 의원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정착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선거제도 개혁 논의를 하고 있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날 토론회에선 덴마크와 스웨덴에서 운용하고 있는 준개방형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에 대한 발표도 나왔다. 비례대표제에는 한국처럼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자 명단을 뽑는 폐쇄형과 유권자들이 직접 비례대표 후보자를 뽑는 개방형이 있는데, 덴마크와 스웨덴은 유권자가 선호하는 정당만을 보고 투표할 수도 있고, 비례대표 후보자 리스트에서 직접 후보자를 선택하거나 직접 후보자 이름을 기입할 수도 있기 때문에 준개방형이라고 부른다.

발표를 맡은 장선화 대전대 교수는 “한국의 혼합형 다수제(지역구와 비례대표제를 혼합하고 1명의 다수득표자만 당선되는 제도) 선거제도의 문제점은 표의 등가성(비례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라며 “준개방형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운용하는 덴마크와 스웨덴은 국민들의 투표 의사가 그대로 반영된 의회의 모습을 가진다고 밝히고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의 발표를 보면, 덴마크와 스웨덴은 득표 수와 의석 수 사이의 비례성을 측정하는 ‘갤러거 지수’(숫자가 클수록 비례성이 떨어짐)가 각각 1.39, 1.75에 불과하다. 한국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선거는 12.02, 비례대표 선거는 6.72를 각각 기록했다.

토론자로 나선 홍재우 인제대 교수는 “일본 선거의 고질적인 문제를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하긴 어렵다. 중대선거구제도 1인1표제로 하면 문제가 되지만, 아일랜드식 선호투표제(투표자에게 후보자 전원의 선호 순위를 쓰게 해서 당선자를 뽑는 방법) 등 다른 방식으로 바꾸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면서도 “중대선거구제보다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하고 의원 정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윤민 공주대 교수도 “한국에선 의원 정수를 늘리려면 국민 공감을 얻기 어렵고 지역구 의석수를 줄이려면 의원들이 반발하는 문제가 있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스웨덴이나 덴마크처럼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준개방형 정당명부제를 적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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