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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0세부터 맡아드려요" "협력사 자녀도"...저출산에 팔 걷어붙인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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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파격 지원' 사내 어린이집 개원
포스코 어린이집은 협력사 직원 자녀가 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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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HD현대 신사옥 글로벌 RD센터 내부.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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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는 경기 성남시에 마련한 신사옥 글로벌R&D센터(GRC) 내에 300명까지 보육 가능한 사내 어린이집을 갖췄다. '드림보트 어린이집'으로 불리는 이곳은 연면적 2,222㎡(672평) 규모로 2개 층에 14개 보육실과 6개 놀이공간으로 구성됐다. 0∼5세 자녀를 둔 임직원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오전 7시~오후 10시까지 운영해 출퇴근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아이를 마음 편히 맡길 수 있어 직원들의 기대가 높다.

조선과 철강, 자동차, 유통 등 보수적 조직 문화를 지닌 기업들이 직원들의 육아 부담을 덜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①저출산 문제 해결과 ②직원들의 능률 향상 ③인재 유치를 위한 당근책이다. HD현대는 9일 GRC에서 드림보트 어린이집 개원식을 열고, 임직원을 위한 영유아 통합 보육시설을 가동했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드림보트가 저출산과 경력단절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되기 바란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재 유치 위해서라도 파격 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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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경기 성남시 HD현대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드림보트 어린이집 개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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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사장의 자신감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아이들에게 아침·점심·저녁과 간식 등 친환경 식자재로 만든 식사가 무상 제공되고, 유아교육 전문교사, 간호교사, 영양사, 조리사 등 총 50명의 교직원이 상시 근무하는 등 지원이 파격적이다. 회사 관계자는 "3∼5세 유아반에는 원어민 강사 2명이 머무르며 생활지도와 영어 교육을 맡는다"며 "어린이집 인근 부지에는 자연학습원을 준비하는 등 젊은 직원들 눈높이에도 맞췄다"고 전했다.

이는 남성 중심 조직 문화를 개선하고 젊은 인재를 적극 유치하겠다는 경영진의 의지가 반영된 것. 실제 산업 현장 곳곳에서는 구성원들의 육아 걱정을 덜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여성 직원에게 출산 전후로 총 90일의 휴가를 지원하고, 배우자 출산 시에도 출산휴가가 열흘 주어진다. 현대차 관계자는 "통근버스에는 임산부 배려석과 임산부전용 안전벨트를 두는 등 세심하게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5월 서울 중구 순화동으로 사옥을 옮기는 이마트도 기존 사내 어린이집보다 30%가량 커진 어린이집을 갖추고 정원도 늘릴 계획이다.

"대기업 복지 편중, 세심히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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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락가락하는 9일 오전, 서울 시내에서 한 어린이가 엄마와 어린이집에 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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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수많은 협력사와 한 팀을 이루는 대기업의 복지 혜택이 본사 직원들에게만 쏠리는 점을 아쉬워한다. 실제 통계청에서 지난해 말 내놓은 2021년 육아휴직 통계에 따르면, 육아휴직 신청자 중 300인 이상 기업 소속 비중은 남성과 여성 각각 71%, 62.4%로 기업 규모가 크고 고용 형태가 안정될수록 육아휴직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협력사 자녀까지 품는 상생형 어린이집 등을 대안으로 내놓는다. 포스코는 2020년 국내 최초로 '상생형 공동직장 어린이집'을 도입, 협력사 직원들도 이용할 수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 모두 상생형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라며 "총 원아의 절반 정도가 협력사 자녀라 전체 구성원의 만족도가 높다"라고 전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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