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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마윈 귀국 하루만에… 알리바바 전격 분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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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테크 공룡 6개社로 쪼개져

“앞으로 알리바바는 창업가의 마인드로 돌아가, 모든 것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다.”(3월 28일 알리바바 장융 CEO, 직원들에게 보낸 사내 메일에서)

중국 거대 테크 공룡인 알리바바가 6개 개별 사업 부문으로 회사를 분리하기로 했다. 지난 1999년 흙수저 영어 교사였던 마윈 창업자가 항저우의 20평짜리 아파트에서 동료 17명과 알리바바를 세운 지 24년 만이다. 알리바바는 ‘세상에 할 수 없는 비즈니스는 없다’는 마윈의 철학 위에서 전자상거래·물류·클라우드 등 최첨단 기술을 망라하며 직원 약 25만명을 거느린 종합 IT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런 알리바바가 돌연 스타트업으로 회귀를 선언한 것이다.

장융 알리바바 CEO는 28일 사내 메일에서 “우리는 알리바바 창업 24년 이래 가장 중요한 조직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며 6개 주요 사업 그룹을 분리해 독립 경영 체제로 전환한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지난 1년여간 해외에 거주했던 마윈 창업자가 돌연 귀국한 지 하루 만이다. 장 CEO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1+6+N’의 형태로 조직을 개편한다. 지주사 역할을 하는 알리바바 그룹 밑에 클라우드·이커머스·물류·엔터테인먼트 등 6개의 주요 사업 법인을 두고, 여기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신생 사업 또한 적극적으로 분사시키겠다고 했다. 장 CEO는 “각 사업 그룹은 개별 CEO와 이사회가 경영을 책임질 것이며, 독자적으로 IPO(기업공개)를 할 수 있다”고도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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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 선택한 중국 간판 IT 공룡

장 CEO는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에 민첩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조직은 결국 패배할 것”이라고 조직 개편의 이유를 설명했다. 인터넷 사업의 포화, 극심한 정부 규제 등으로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조직을 쪼개는 것만이 생존을 위한 자구책이라는 것이다.

알리바바는 매년 쾌속 성장했지만 최근 몇 년 새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됐다. 알리바바는 2022 회계연도(2021년 4월~2022년 3월)에 매출이 전년 대비 약 19% 성장했는데, 이는 매년 40% 안팎 성장해온 과거에 비해 성장률이 반 토막 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전년 대비 60% 가까이 폭락했다. 글로벌 불황으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알리바바의 주력 사업인 이커머스의 성장이 주춤한 데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클라우드 등 신산업에선 확실한 성과를 내지 못한 탓이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의 해체는 사업부 간 완전 경쟁 체제를 도입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까지 알리바바의 연결 매출 성장의 착시 효과에 의존해 안일하게 지내왔던 사업부들이 앞으로 자체 실적만으로 평가받도록 하겠단 것이다.

그동안 중국 당국의 집중 포화를 맞아왔던 알리바바가 정치적 리스크를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장 CEO는 이번 조직 개편안을 2~3년 전부터 구상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중국 당국이 지난 2020년 알리바바의 핀테크 자회사인 앤트그룹의 상장을 막은 시점과 맞아떨어진다. 알리바바는 당국의 잇따른 경영진 조사, 과징금 부과, 사업 개입 등에 휘말리며 한때 최대 8400억달러(약 1094조원·2020년 10월)에 육박했던 시가총액이 현재 2569억달러 수준으로 추락했다. 회사를 쪼개면, 언제 재개될지 모르는 당국의 공격에도 특정 사업만 포기하는 식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알리바바 해체는 中 당국의 승리’

알리바바의 조직 개편 소식이 알려지며 홍콩과 뉴욕 증시에 상장해 있는 알리바바의 주가는 이날 13% 이상 수직 상승해 98달러(뉴욕 증시 기준)로 마감했다. 텐센트·징둥닷컴·바이두 등 중국계 테크 기업의 주가도 일제히 3% 이상 올랐다. 미국 경제 전문 방송 CNBC는 “중국 테크 주들의 일제 반등은 시장의 안도감을 증명한다”며 “테크 기업과 중국 정부의 긴장 관계가 해소됐다고 본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알리바바가 이 같은 중대 결정을 당국 허락 없이 발표했을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알리바바의 해체가 결국 중국 당국 규제의 승리라는 것이다. 중국 IT 업계 관계자는 “국가 경제성장이 정체된 중국은 최근 증시법까지 개정하며 테크 기업의 본토 상장을 격려하고 있다”며 “앞으로 알리바바 계열사들이 중국 증시에 줄줄이 상장하는 모습이 연출될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오로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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