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경남 창녕군과 함안군 경계에 있는 낙동강 창녕함안보에 녹색 물감을 푼 듯 녹조가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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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가 3일 광주·전남 지역의 가뭄 대책 중 하나로 ‘4대강 보 물그릇 활용론’을 들고나오면서, ‘4대강 보 존치-해체’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이날 ‘광주·전남 지역 중장기 가뭄 대책(안) 주요 방향’을 발표하며 “한강, 낙동강, 금강 유역에 대해서도 올해 말까지 극단적인 가뭄에도 안정적인 물 공급이 가능하도록 중·장기 대책을 마련하여 기후위기에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환경부는 이와 관련해 “보 수위 상승으로 4대강 본·지류 수심을 일정 수준 이상 확보하고 이를 통해 70개 취수·양수장과 71개 지하수 사용지에 생활·공업·농업 용수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의 발표에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4대강 보 상시 개방과 해체’ 정책 뒤집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4대강 보를 물그릇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보 존치’를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4대강 보 물그릇 활용’ 계획은 이명박 정부가 홍수기와 가뭄기의 재해를 막고 수자원을 확보하겠다는 명분 등을 내세워 금강·영산강·낙동강·한강에 16개 보를 만들었던 4대강 사업과 맥락이 닿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4대강 보 상시 개방과 해체’를 뼈대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한 장관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금강과 영산강 보 상시 개방, 해체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윤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전남 주암댐을 방문해 “방치된 4대강 보를 최대한 활용하라”고 지시한 뒤 이런 대책이 나와,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정책 폐기 수순에 들어간 것이란 전망을 부추겼다.
특히 환경부의 이런 대책은, 감사원이 2021년 12월 문재인 정부가 국가물관리위원회를 통해 금강·영산강 보 상시 개방, 해체를 결정한 것에 대한 공익감사를 진행하는 중에 나왔다.
한 장관은 이와 관련해 “가뭄 대책은 보 처리 방안과는 별개”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책은 보를 포함한 현존하는 모든 하천시설을 가뭄 대응에 다 동원하겠다는 취지일 뿐이며, 4대강 보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현재 진행 중인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고 정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한편 환경부는 이날 물 수요 예측값과 주요 댐의 물 공급 능력을 과거 최대 가뭄과 기후변화 영향까지 고려한 극한 가뭄으로 나눠 예상되는 생활·공업 용수 부족량을 산정한 뒤 각각 1단계 기본대책과 2단계 비상대책을 내놨다. 1단계 기본대책에는 장흥댐과 주암댐 사이에 도수관로를 건설해, 장흥댐에서 광주·목포·나주·영광 등 6개 시·군의 용수를 담당하는 주암댐으로 하루 10만톤의 물을 보내도록 하는 방안이 담겼다. 하루 10만톤의 용수 가운데 여유 물량은 이사천 취수장부터 여수산단까지 45.7㎞의 도수관로를 추가 설치해 공업용수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2단계 비상대책’으로는 댐 저수위보다 아래 수위에 있는 비상 용량을 활용하고, 섬진강물을 추가 취수해 여수·광양산단에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상시로 물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섬 지역에는 지하수저류댐 설치, 해수담수화 선박 활용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환경부는 관계기관 협의와 국가물관리위원회 심의, 의결을 거쳐 이달 안으로 영산강·섬진강 유역 댐과 보를 재활용하는 광주·전남 지역 중·장기 가뭄 대책을 확정할 계획이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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