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전 강원 강릉시 난곡동의 한 야산에서 불이 나 주택이 불에 타고 있다. 현재 강릉에는 강풍경보와 건조경보가 동시에 내려져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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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전국에 태풍급 강풍이 불고, 요란한 황사비까지 내렸다. 특히 이날 산불이 발생한 강원도 강릉에는 ‘태풍급’으로 강한 바람이 몰아치면서 소방당국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비가 왔지만 강수량이 적어 산불을 완전히 끄지는 못했다.

기상청은 12일 아침까지 강원 영동과 경북 동해안·전남 서해안·제주에 순간풍속이 시속 70㎞(초속 20ｍ)를 넘는 강풍이 불 것으로 11일 예보했다. 특히 강원 산지에는 순간풍속이 시속 110㎞(초속 30ｍ) 이상인 강풍이 12일 아침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양양군 설악산에는 한때 순간풍속이 시속 136㎞(초속 37.8ｍ)에 달하는 강풍이 분 것으로 기록됐다. 고성군(현내면)과 동해시에서는 이날 시속 110㎞(초속 30.6ｍ), 강릉시(연곡면)에서는 시속 103㎞(초속 28.7ｍ)의 최대 순간풍속(오후 5시 기준)이 기록됐다.

수도권에서는 관악(과천)과 양도(강화) 등에서 시속 84㎞(초속 23.3ｍ), 남부지방에서는 가거도(신안) 시속 94㎞(초속 26ｍ), 울진 시속 107㎞(초속 29.8ｍ)의 강풍이 불었다.

전국에 이 같은 강풍이 불고 있는 것은 한반도 북쪽에 저기압, 남쪽에 고기압이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압 배치가 되면 내륙에는 강력한 서풍이, 강원 영동에는 ‘양간지풍’이 불게 된다. 봄철 기압계가 남쪽 고기압, 북쪽 저기압으로 형성됐을 때 강원 양양과 강릉·고성 사이에는 건조한 바람이 강하게 부는데 이를 ‘양강지풍’ 또는 ‘양간지풍’이라고 부른다. 불을 부른다는 이유에서 ‘화풍’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강풍과 함께 건조한 기후도 산불 피해를 키우는 요인이 됐지만 영동 지방에 짧은 시간 동안 요란하게 내린 비는 산불 진화에 도움이 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날 오후 강릉 지역에 내린 비는 5㎜ 안팎에 불과했지만 짧은 시간에 집중되면서 주불 진화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건조특보가 발효됐던 지역 다수의 강수량이 10㎜에 미치지 못하면서 11일 오후 현재 강원 영서와 영동 북부, 산지, 경북과 경남 일부에는 건조특보가 유지되고 있다.

기상청은 9일과 10일 몽골 고비사막과 중국 내몽골고원에서 발원한 황사가 북서풍을 타고 유입되면서 11일 비에 섞여 내렸다고 설명했다. 12일과 13일 사이에도 짙은 농도의 황사가 관측될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은 황사발원지에서 11일 새벽부터 추가적으로 발원하고 있는 황사가 매우 짙은 농도로 중국에서 관측되고 있다고 밝혔다.

11일 비가 그친 뒤 북서쪽에서 찬 공기가 유입되어 12일과 13일 아침 기온은 11일보다 5~9도가량 낮아져,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5도 미만으로 쌀쌀하겠다. 특히, 중부 내륙과 경북 내륙, 전북 내륙을 중심으로 아침 기온이 0도 이하로 떨어지는 곳이 있겠고, 바람도 강하게 불면서 체감온도는 더욱 낮아 춥겠다. 12일과 13일 내륙을 중심으로 서리가 내리고 얼음이 어는 곳이 있겠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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