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8 (일)

이슈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美제재 충격 딛고 … 화웨이, 전기차로 재도약 노린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60조원(2020년) → 114조원(2021년) → 115조원(2022년).'

중국을 대표하는 정보기술(IT) 기업 화웨이의 지난 3년간 실적이다. 화웨이는 2021년 매출이 전년보다 무려 46조원가량 줄었다. 미국 정부의 제재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 정부가 화웨이 ZTE 등 중국 통신장비 업체를 통해 무선 백도어(Backdoor·인증받지 않고 망에 침투할 수 있는 수단)를 5G 통신장비에 설치해 정보를 빼냈다며 화웨이 제재에 나섰다. 특히 2020년 5월부터는 인텔 퀄컴 AMD 등 글로벌 미국 반도체 기업이 반도체칩을 화웨이에 공급하는 것을 전면 금지시켰다.

미국의 압박으로 화웨이의 컨슈머(휴대폰·자율주행차 등) 부문 매출액은 2020년 86조원에서 2021년 44조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반도체칩 공급을 받지 못한 화웨이가 5G 스마트폰을 만들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2018년만 해도 삼성에 이어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2위(약 15%)를 기록했던 화웨이는 현재 존재감을 찾을 수 없게 됐고, 화웨이의 빈자리는 오포 비보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이 차지하게 됐다.

화웨이의 미래 먹거리 '전기자동차'

그럼에도 화웨이는 지난 6월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상하이'에서 재기의 움직임을 보여줬다. 화웨이의 사업군은 통신장비(캐리어), IT인프라(엔터프라이즈), 휴대폰·전기차(컨슈머) 등 크게 세 영역으로 구분된다. 화웨이의 휴대폰 부문은 미국 제재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지만, 휴대폰이 아닌 전기자동차를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즉 전기차 부문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전기차 업체인 사이리스(SERES)와 합작해 전기차 '아이토(AITO)'를 제조하고 나섰다.

매일경제

상하이 난징동루에 위치한 화웨이 플래그십 매장. 화웨이가 만든 전기자동차 아이토(AITO)가 매장에 전시되어 있다. 나현준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상하이 난징동루에는 애플과 삼성전자, 화웨이 플래그십 매장이 1분 거리에 밀집해 있는데, 타 매장과 달리 화웨이 매장 바로 앞엔 전기차가 전시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아직 중국 전기차 업체 BYD(185만대), 테슬라(131만대)에 비해 아이토는 연간 판매량(7만대로 추정)에서 뒤처지지만, 화웨이는 통신장비 연구개발(R&D)을 통해 축적된 정보기술을 자율주행에 접목해 중국 내수 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연간 2000만대 이상이 판매되는 '가장 큰 시장'인데, 전기자동차는 약 590만대가 지난해 팔렸다. 화웨이가 중국 전기자동차 시장 중 약 20%를 차지하면 46조원이라는 막대한 매출 감소분을 메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화웨이 "통신시장 3배 성장"

그래서 화웨이는 미래 먹거리(전기차)와 더불어 본업에도 집중하고 있다. 바로 미국 제재에도 불구하고 연간 50조원대 매출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통신장비' 사업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 케리호텔에서 열린 'MWC 상하이 2023' 기조연설에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최고재무책임자 겸임·사진)은 "5G를 비롯한 이동통신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6조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현재 전 세계 이동통신 시장 규모(1조8000억달러)의 약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만일 화웨이가 통신장비 시장에서 현재의 점유율을 유지한다면 화웨이의 통신장비 연간 매출액은 2030년 150조원까지 뛸 수 있다. 화웨이의 통신장비는 에릭슨 노키아 등 타 통신장비 업체에 비해 가격이 30~40%가량 저렴하다. 반면 성능은 1.5배 더 뛰어나다고 화웨이 측은 주장하고 있다.

화웨이 "5.5G 선도"

화웨이는 올해 초부터 5.5G 전략을 내세우며 2025년까지 기존 5G 대비 성능을 10배 더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연간 30조원이나 R&D에 투자하면서 소재 혁신을 통해 타 통신사 대비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 중동, 남미에서 미국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화웨이 통신장비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화웨이 상하이 R&D센터에서 화웨이 측은 신통신장비인 'Meta AAU'를 공개했다. 이 장비의 핵심은 최대 800㎒까지 떨어진 주파수 대역대를 'Carrier Aggregation'이란 기술을 통해 묶을 수 있다는 데에 있다. 타 통신장비사(400㎒) 대비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업계에선 "각 국가의 주파수 추가할당 상황에 따라서 화웨이 장비만을 써야 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를테면 화웨이 장비를 쓰고 있는 LG유플러스는 현재 5G와 관련해 3.4~3.5㎓ 대역을 받은 상황이다. 추가로 3.7~4.0㎓가 경매로 나올 예정인데, 만일 LG유플러스가 3.9~4.0㎓ 대역을 경매로 받는다면 3.4~3.5㎓와 3.9~4.0㎓를 모두 커버하는 기술(실질적으론 3.4~4.0㎓)이 필요하다. 단순 계산 시 600㎒ 대역을 묶을 수 있는 'Carrier Aggregation' 기술이 필요하고, 이 기술을 지원할 수 있는 통신장비사는 현재 화웨이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LG유플러스는 Meta AAU를 국내서 시범 테스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이 화웨이는 통신장비(현 먹거리)와 전기차(미래 먹거리)를 통해 재도약에 나서고 있다.

화웨이 전략은 화웨이 장비를 쓰는 중국 통신사의 약진으로도 연결되고 있다. 실제로 화웨이 제품을 주로 사용하는 중국 1위 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168조원으로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1위 통신사인 AT&T의 매출액(156조원)을 앞질렀다. MWC 상하이 현장에서 만난 중국 이통3사 관계자들의 전언을 종합해 보면 중국 1위인 차이나모바일은 160㎒를, 2·3위인 차이나텔레콤과 차이나유니콤은 100㎒를 할당받았다. 반면 국내 이통3사는 정부의 평등 정책으로 인해 일괄적으로 100㎒만 할당받은 상황이다.

[상하이 나현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