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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슈랑스 ‘동상이몽’, 은행은 규제완화 외치는데 보험사는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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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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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가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판매하는 보험)를 통해 거둔 실적이 1년 만에 300억원 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 회계제도 IFRS17 도입 등으로 저축성보험 판매가 줄고, 은행 창구보다 보험 판매 대리점(GA) 위주로 영업이 이뤄지면서다.

19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생명보험사가 올해 상반기 방카슈랑스를 통해 거둔 월납 환산 초회 보험료는 116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1499억원)보다 약 28.8% 감소한 수치다. 월납 환산 초회 보험료는 신규 보험 가입자로부터 거둬들인 보험료를 월 단위 납부 금액으로 환산한 값이다. 보험사의 신계약 성장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방카슈랑스는 프랑스어인 은행(Banque)과 보험(Assurance)의 합성어다. 은행 지점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위탁판매하는 구조로, 국내에는 2003년 도입됐다. 은행에서 판매가 이뤄지는 만큼 연금보험 같은 저축성보험 비중이 전체 판매 상품의 70~80%에 달한다. 저축성보험은 예·적금과 비슷하지만 보험성격이 가미된 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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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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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저축성보험 판매가 줄며 방카슈랑스 실적 부진에 영향을 끼쳤다. 저축성보험 매출이 1년 새 26.9% 감소한 것이다.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생보사는 현금이 필요할 때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늘리며 이를 외형 확대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그런데 한국과 미국 기준금리가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높은 이자율을 기대하기 어렵게 된 금융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렸다.

여기에 올해 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사 입장에서 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 판매를 선호하게 됐다. IFRS17은 계약서비스마진(CSM)이 주요 이익 지표로 여겨지는데, 보장성보험은 장기계약이지만 위험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CSM 확보에 유리하다는 평이다. 반면 저축성보험은 고객에게 돌려줘야 하는 환급금이 큰 특성상 보험료가 수익이 아닌 부채로 잡힌다. 또 GA 시장이 활발해져 판매 창구가 다양해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

보험업계에선 앞으로 저축성보험 판매 비중이 더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방카슈랑스 관련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은행권의 최근 행보와 반대되는 모습이다. 현재 방카슈랑스에선 종신 및 자동차보험을 팔 수 없다. 또 독과점 등을 막기 위해 1개 은행이 1개 보험사 상품 판매 비율을 25% 이내로 하는 규제도 적용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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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이 지난 7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방카슈랑스 도입 2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이날 김 회장을 비롯해 은행 관계자들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연합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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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보험사들은 수익성 확보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생보사업계는 유가증권 매입에 나서면서 투자수익이 1년 만에 41.5%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저축성보험 판매 등으로 현금자산을 불린 생보사가 안정적으로 장기간 투자할 수 있는 국공채 대신 수익성이 좋은 회사채·주식·수익증권 등을 매입한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입장에서 저축성보험이 예전만큼 매력이 크지 않는 데다가, 판매 채널이 추가되는 걸 원치 않는 설계사들의 반대 등이 있어 방카슈랑스 관련 규제 해소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물론 각 회사 상황에 따라 현금 유동성이 더 필요한 곳은 저축성보험을 다시 팔 수 있지만, 지난해처럼 6%대 고금리 상품을 내놓긴 어려울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정민하 기자(mi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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