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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토)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단독] 통일여론조사 8년 만에 ‘남북관계 전망’ 삭제한 민주평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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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안보 의식’ 관련 질문 추가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여론 안 살피나” 비판


한겨레

윤석열 대통령이 8월29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1기 민주평통 간부위원과의 통일대화에 참석해 석동현 사무처장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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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 통일정책을 자문하는 헌법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이 최근 정기적인 통일 관련 여론조사에서 ‘남북관계 전망’을 묻는 설문 문항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남북 관계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이 늘자 관련 문항을 삭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5일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민주평통의 2023년 2분기 ‘국민 통일여론조사’(지난 7월 발행)를 살펴본 결과, ‘남북관계 전망’을 묻는 문항이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평통은 2015년부터 분기마다 한 번씩 통일과 남북관계 인식 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해왔는데, 발간 8년 만에 처음으로 ‘남북관계 전망’(“향후 남북관계를 어떻게 전망하십니까”)을 묻지 않은 것이다. 대신 이번 조사에서는 “현재 안보 상황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묻는 ‘안보 인식’ 관련 설문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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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통의 ‘국민 통일 여론조사’에 담긴 ‘남북 관계 전망’ 응답 추이. 2023년 1분기 통일 여론·동향 보고서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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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간(21년 1분기∼23년 1분기) 해당 설문 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들의 남북관계 전망은 윤석열 정부 들어 빠르게 변화했다. 2021년 한 해 동안 진행된 4차례 설문조사에서는 남북관계가 좋아질 것(36.5∼41.4%)이라는 응답이 나빠질 것(8.25∼12.6%)이라는 응답을 크게 앞섰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 당선 무렵부터 이어진 5차례 설문조사(22년 1분기∼23년 1분기)에서는 나빠질 것(25.5%∼34.9%)이라는 응답이 좋아질 것(16.6%∼23.1%)이라는 응답을 줄곧 앞섰다. 윤석열 정부 들어 남북이 상호 강경책으로 맞섬에 따라 악화된 남북관계를 반영한 응답으로 풀이된다.

민주평통 쪽은 대북정책 전문가로 구성된 발간위원회의 자체 판단에 따라 설문조사 문항이 조정됐다는 입장이다. 민주평통 관계자는 김경협 의원실에 “‘남북관계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답변이 일관되게 높게 나오는 등 기존의 응답 추이에 변동이 적고, 북한 도발 증가와 같은 최근 한반도 상황을 고려할 때 안보 상황을 묻는 질문으로 대체하기로 발간위원회가 판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긍·부정 전망 응답의 추세가 한반도 정세에 따라 꾸준히 변화하고 있고,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여론의 평가를 가늠할 수 있는 문항이라는 점에서 부적절한 삭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경협 의원은 “문항 삭제로 민주평통이 민심이 정확히 반영된 평화통일정책 건의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문제”이라며 “국민 여론을 있는 그대로 대통령에게 전달해야 할 민주평통이 대통령 입맛에 맞는 여론만을 수집하는 것은 존재 이유를 저버리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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