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원을 대표하는 법관들이 다음 달 전국법관대표회의 정기회의에서 법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게 할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활동에 대한 대응 방안을 안건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관들은 또 현직 판사가 성매매를 하다 적발되고,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가 비상장주식을 재산신고에서 누락하는 등 법원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일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을 안건으로 올릴지도 논의하고 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국법관대표회의 산하 사법신뢰·법관윤리 분과위원회는 지난달 30일 회의를 열고 △법관의 SNS 활동과 정치적 중립 △법관의 징계 기준 강화 △공직자 재산신고 시스템 개선 등을 다음 달 정기회의에 정식 안건으로 올릴지 논의했다.
SNS와 관련해선 박병곤 서울중앙지법 판사의 SNS 활동이 논란이 되면서 논의 대상에 올랐다. 박 판사는 올 8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그런데 지난해 대선 직후 자신의 SNS에 “이틀 정도 울분을 터뜨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는 글을 쓴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분과위는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정치 중립’ 선언을 내놓는 등의 대응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과위는 또 “최근 현직 법관이 성매매로 처벌받은 사건에서 법관의 징계 기준이 너무 낮은 것은 아닌지 사회적 문제 제기가 있었다”며 법관 징계를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했다. 올 6월 울산지법 소속 이모 판사는 서울 강남에서 대낮에 성매매를 하다 경찰에 적발됐지만,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는 데 그쳐 ‘솜방망이 징계’ 비판이 나왔다.
이 전 후보자의 재산신고 누락과 관련해 공직자 재산신고 시스템 개선 방안도 논의됐다. 이날 분과위 회의에선 “이 전 후보자의 재산신고 누락 등과 같은 일이 반복되면 국민의 사법신뢰를 저하하는 원인이 된다”며 “법관대표회의 차원에서 법원행정처에서 이 전 후보자의 재산 누락을 인지했는지, 현 재산신고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위한 방지책이 검토되고 있는지 등을 질의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분과위는 추가 논의를 거쳐 다음 달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이 안건들을 상정할지를 결정할 계획이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법원의 신뢰가 위협받는 부분에 대한 위기감이 있다”며 “판사 징계 수위를 현실화하고 SNS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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