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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 (수)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독감 표본감시 기관 300개로 늘린다지만…“1000개는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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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해 10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려는 어린이와 보호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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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독감)를 비롯한 호흡기 감염병 동시 유행이 이어짐에 따라 정부가 올해 호흡기 감염병의 표본감시 기관을 지난해보다 1.5배 늘리기로 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지역별 유행 상황을 별도로 파악하기 어려워 추가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질병관리청은 지난 10일 시·도 보건국장 회의에서 호흡기 감염병 표본감시 사업에 참여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을 지난해 전국 195곳에서 올해 300곳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체 의원급 의료기관 1만1000여곳 중 표본감시에 참여하는 의원 비중이 기존 1.8%에서 2.7%로 늘어난다. 인구 10만명 당 감시 기관은 0.38개에서 0.58개로 증가한다.



호흡기 감염병 표본감시사업은 의원급 의료기관이 환자 가운데 38도 이상 열이 나거나 기침, 인후통이 있는 사람을 주 1회 방역통합정보시스템에 신고하는 체계다. 질병청은 이 신고를 바탕으로 코로나19·독감 등 4급 감염병의 유행 징후를 조기에 파악하고,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 수 등을 매주 집계한다. 질병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는 표본감시 의료기관엔 월 11만원을 지원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표본감시 기관이 300개로 확대돼도 감염병 예보 기능이 크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전국 229개 시·군·구당 평균 1.3개 정도로는 지역별 유행 징후를 감지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한국의 표본감시 기관 수는 부족하다. 질병청이 지난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일본의 인구 10만명당 표본감시 기관은 4개, 미국은 0.9개로, 각각 한국의 10배·2배 수준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한겨레에 “(표본감시 기관이 전국에 300곳이면) 특정 지역에서 감염병이 작은 규모로 유행을 시작하거나 유행 양상에 변화가 생기는 것을 발견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방역 당국도 표본감시 기관이 최소 1000곳(인구 10만명당 약 2곳)은 돼야 한다고 본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때 “감시체계 (의료기관) 수가 턱없이 부족해, 지역별로 대표성 있는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1000개 정도로 확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감염병 감시체계 확충이 지지부진한 건 예산 때문이다. 지난해 호흡기·수인성 감염병 등 감염병 표본감시 기관을 운영하는 데 쓰인 예산은 7억5700만원이었다. 질병청은 호흡기 감염병 표본감시 기관을 1000곳으로 늘리기 위해 올해 사업비 9억7600만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기획재정부의 정부 예산안에는 지난해와 같은 액수만 반영됐다. 이어 국회 논의과정에서도 7800만원이 증액되는 데 그쳤다. 코로나19 일상회복으로 감염병 관리 예산이 전반적으로 깎이면서 호흡기 감염병 표본감시사업도 ‘칼질’을 면치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청 관계자는 “올해 (감염병 예방 관련해) 전년보다 예산이 증액된 사업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감염내과)는 “최근 전국 초·중·고교를 중심으로 인플루엔자가 유행하면서 학교마다 결석 학생이 속출한 바 있다”며 “보호자도 함께 감염되거나 직장에 못 나간 채 간호에 매달리는 등 감염병의 사회적 비용은 매우 크다. 이런 피해를 줄이기 위한 첫 단계인 감염병 감시체계에 대한 투자를 충분히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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