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6 (월)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통일 유훈’ 조국통일탑에 “꼴불견”…대남기구 정리 나선 김정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북한은 지난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를 열어 남북 회담과 남북 교류 업무를 담당해온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15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민족경제협력국,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남북 회담과 경제협력을 이끌었던 기구들을 폐지하기로 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이 남북을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며 대남 노선을 근본적으로 전환하겠다고 한 데 따라, 민족관계를 상징했던 대남기구 정리에 나선 것이다. 김 총비서는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통일 유훈 관련 시설도 없애라고 지시해, 남북 간 교류협력 재개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61년 5월13일 결성된 조평통은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의 외곽 기구로 출범한 뒤 2016년 6월 국가기구로 격상됐다. 남한과 국외 동포를 대상으로 남북·통일 문제에 관한 선전 활동을 했다. 2018년 3월 판문점 북쪽에서 남북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고위급 회담이 열렸을 땐 리선권 당시 조평통 위원장이 북쪽 대표단 단장을 맡는 등 남북 간 회담을 주도했다. 하지만 그 뒤에는 2021년 3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에서 “현 정세에서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 대남 대화기구인 조평통을 정리하는 문제를 일정에 올려놓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하는 등 권한과 기능이 대폭 약화됐다.

북한은 남북관계 경색으로 사실상 단절됐던 경제협력 관련 대남기구도 폐지를 공식화했다. 민족경제협력국은 2007년 구성된 남북경제교류협력공동위원회가 가동될 당시 지원하던 북쪽 기관이다. 위원회는 철도나 도로 연결뿐 아니라 농수산, 보건의료 등 교류협력 분야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금강산국제관광국 또한 금강산 관광 사업을 했던 현대아산과 실무 논의 및 회담을 했던 곳이다.

북한은 조평통 폐지 등에 앞서 6·15공동선언실천 북측위원회와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북측본부, 민족화해협의회, 단군민족통일협의회도 폐지하기로 했다고 지난 1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다만 북한은 현재까지 대남 업무를 총괄하는 통일전선부에 대한 개편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김정은 총비서는 시정연설에서 “경의선의 우리 측 구간을 회복 불가한 수준으로 물리적으로 완전히 끊어놓는 것을 비롯하여 접경지역의 모든 북남 연계조건들을 철저히 분리시키기 위한 단계별 조치들을 엄격히 실시해야 한다”고도 지시했다. ‘모든 북남 연계조건’을 언급한 데 비춰, 남과 북을 잇는 철도와 도로 등 모든 소통 창구를 막으라고 지시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총비서는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도 “꼴불견”이라며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경의선 등 철도 남북 연결 사업은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발표한 6·15 공동선언의 산물이어서, 김 총비서의 지시는 이를 부정하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철도가 단절된 지 오래돼 북한이 별도로 취할 조처는 없어 보인다. 6·15 공동선언 뒤 연결된 경의선 문산~개성 구간은 2007년 남쪽에서 개성공단까지 화물 운송이 이뤄졌고, 동해선 강릉~안변 구간 연결도 추진됐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모두 중단됐다.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은 200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선친의 통일 유훈을 기리려고 평양의 관문인 낙랑구역 통일거리 입구에 건설을 지시한 것이다. ‘조국통일 3대 헌장’은 김일성-박정희 시기 7·4 공동성명에 근거해 발표된 △조국통일 3대 원칙 △고려민주연방공화국 창립 방안 △조국통일을 위한 전민족 대단결 10대 강령을 일컫는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 총비서가 더 이상 선대가 유산으로 남겨온 통일강령들을 계승할 필요가 없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선대가 세운 시설들을 없애도록 지시한 것도 거기에 맥락이 닿아 있다고 보면 된다”고 평가했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



▶▶한겨레의 벗이 되어주세요 [후원하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기획] 누구나 한번은 1인가구가 된다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