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겨냥했던 '사법농단 의혹'의 일선 실무자로 지목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사진)에게 1심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러나 법원은 재판 거래 등 핵심 혐의들은 대부분 무죄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6-1부(부장판사 김현순·조승우·방윤섭)는 5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임 전 차장의 혐의 일부를 유죄로 보고 그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임 전 차장에 대한 검찰 공소장이 법원에 접수된 지 1909일 만이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은 유죄로 인정된 혐의들을 통해 국가가 부여한 사법행정권을 사유화하고 이를 특정 국회의원이나 청와대를 위해 이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후 "다만 수사 초기 언론을 통해 국민 뇌리에 깊게 각인된 사법농단이나 재판 거래 관련 중대 의혹은 수많은 검사가 투입돼 수사하고 300장 넘는 공소장이 나왔음에도 대부분 범죄가 안 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법농단 핵심으로 지목돼 오랜 기간 대내외적 비난 대상이 되고 실제 유죄로 판명된 혐의보다 몇 배는 더 큰 범죄 혐의를 벗기 위해 수많은 비용과 시간을 쓰면서 사회적 형벌을 받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임 전 차장은 2012년 8월~2017년 3월 양승태 사법부에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재판 거래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임 전 차장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처분 소송에서 고용노동부의 노동서류를 대필해준 혐의, 통합진보당 지역구 지방의원에 대한 제소 방안 검토를 지시한 혐의 등은 유죄로 봤다. 그러나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에 관여한 혐의, 국정농단 관련 재판연구관 보고서를 청와대에 유출하도록 지시한 혐의,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상대로 한 직권남용 혐의 등 주요 의혹은 무죄로 판단했다.
이날 임 전 차장이 일부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법관 14명 모두에 대한 1심 선고가 마무리됐다. 이들 중 유죄 판결은 이날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임 전 차장을 포함해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등 3명뿐이다.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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