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경선이 필리핀 선박에 물대포를 발사한 사안에 대해 한국 정부가 우려를 표명하자 중국 외교부가 “언행을 조심하라”고 경고했다. 중국 측이 남중국해 문제에 입장을 표한 한국을 노골적으로 비난한 것은 이달 들어 두 번째다. 지난 12일에도 중국 외교부는 “한국은 분위기에 휩싸여 덩달아 떠들지 말라”고 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한국 외교부 대변인이 최근 연이어 남해(남중국해) 문제와 관련해 사실을 무시한 논평을 했다”면서 “중국은 강한 불만을 표하며, 한국에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은 남해 문제 당사국이 아니다”라며 “최근 처사는 남해의 평화·안정 수호에 이롭지 않고, 중·한 관계 발전에는 더욱 이롭지 않다”고 강조했다.

필리핀 당국은 지난 23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지역인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 세컨드 토머스 암초(중국명 런아이자오) 인근 해역에서 자국 보급선이 중국 해경선으로부터 물대포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중국 해경은 “필리핀 선박들이 중국 영해를 침범해 법에 따라 통제 조처를 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선박 한 척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필리핀 선원의 부상을 초래한 최근의 반복적인 물대포 사용에 대해 엄중한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이어 “이러한 행위는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이용하는 주요 국제항행로인 남중국해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평화·안정·안전 및 규칙 기반 해양 질서 유지를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여러 국가들과 영유권 분쟁을 겪지만 필리핀과의 갈등이 두드러진다. 2022년 친미 성향의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중국과 필리핀의 남중국해 충돌 수위가 빠르게 높아졌다.

임 대변인이 지난 7일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필리핀의 충돌과 관련해 “남중국해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고 밝혔을 때도 중국 외교부는 강도 높게 비난했다. 12일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국은 여러 해 유지한 신중한 중립 입장을 최근 몇 년 새 바꿔 남해 문제에서 여러 차례 중국을 암시(影射)하거나 비난했다”면서 “한국이 알아서 잘하길 바라고(好自爲之), 분위기에 휩싸여 덩달아 떠들지 않으며, 중한 관계에 불필요한 부담을 늘리는 일을 피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