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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스라엘, 시리아 이란영사관 폭격… 혁명수비대 간부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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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일 폭격이 발생한 시리아 이란 영사관 건물 인근을 현지 소방대원들이 수습하고 있다./AP


이스라엘군이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 건물을 폭격해 이란 최정예 군사 조직인 혁명수비대(IRGC) 간부 등 최소 11명이 사망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이 격퇴전을 벌이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의 최대 후원 세력이고, 시리아는 이란의 핵심 동맹국이다.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뒤 시리아 등에서 활동하는 친이란 무장 세력을 공격한 적은 있지만 이란 정부를 대표하는 외교 공관을 타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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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진경


현지 언론과 IRGC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날 낮 12시 17분쯤 다마스쿠스 남서부에 있는 이란 영사관 건물에 미사일 6기를 발사했다. 이 공격으로 영사관 건물이 파괴되면서 IRGC 쿠드스군 모하메드 레자 자헤디 사령관, 모하마드 하디 하지 쿠드스군 부사령관 등 7명이 숨졌다. 호세인 아크바리 주(駐)시리아 이란 대사는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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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의 이란 영사관 부속 건물이 공습으로 부서진 가운데 응급 및 보안 요원들이 잔해를 수색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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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한 뒤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세는 시리아·레바논 등에서 활동하는 친이란 무장 세력의 본거지를 미사일이나 드론 등으로 타격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직접 교전을 피하는 이 같은 방식 때문에 이스라엘이 이란을 상대로 ‘그림자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나 이날 공격은 외교 공관을 미사일로 직접 타격해 이란 인사들을 사살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공격과 차원이 다르다. 접경국도 아니고 2300㎞ 떨어져 있는 이스라엘과 이란은 상대방을 자국의 최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는 중동의 대표적 앙숙이지만 전면적으로 군사 충돌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공격이 발화점이 돼 가자지구 전선이 이란 본토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란은 격하게 반발했다. 유엔 주재 이란 대표부가 규탄 성명을 내고 “이란은 국제법과 유엔 헌장에 따라 비난받을 행위에 단호히 대응할 합법적인 권리를 지닌다”고 했다. 이스라엘의 행위가 국제법 위반이라 군사 보복이 정당하다는 것이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도 “이란은 영사관 폭격에 대응할 권리가 있다”며 “침략자에 대한 대응 방식을 추후 결정하겠다”고 했다. 이란은 외교 공관과 외교관을 불가침 영역으로 규정한 비엔나 협약을 이스라엘이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여론전을 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이스라엘은 공격한 곳은 실제 외교 공관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미 CNN에 “(해당 건물은) 영사관도 대사관도 아닌 민간 건물로 위장한 군사 시설”이라며 이번 공습이 국제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이 문제를 다룰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번 공격은 전쟁 발발 이래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 등으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이뤄졌다. 이 때문에 정치적 의도가 숨은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네타냐후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타개하려고 ‘이스라엘 대 이슬람’의 구도를 부각하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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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현지 구조대원들이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 건물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날 폭격으로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고위 간부 등 여러 명이 숨졌다./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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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당혹감 속에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관련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고만 짧게 답했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도 “현시점에선 공격 대상도, 누구의 책임인지도 확실히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 장관은 미국을 향해서도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고 했다.

이번 공격으로 중동 정세가 더욱 불안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레바논 내 친이란 세력인 헤즈볼라는 보복을 가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라크·요르단·오만·파키스탄·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 등도 규탄 성명을 냈다고 알자지라 등 외신들이 전했다. 이란이 신봉하는 시아파와 종파 갈등을 겪는 수니파 국가들까지 이스라엘 비난 대열에 나선 것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뒤 이란산 드론으로 전쟁을 지속해 온 러시아도 “이번 공격은 민간인 피해 위험이 큰 대도시에서 발생했단 점에서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외무부 성명으로 대이스라엘 규탄에 동참했다. 이런 일련의 흐름 속에 이스라엘과 아랍권을 화해시키려는 미국의 중동 구상은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 입지는 더 좁아지는 모습이다. 특히 이스라엘군이 1일 가자지구에서 벌인 공습으로 식량 구호 활동을 하던 국제 자선단체 월드센트럴키친 소속 호주·영국·폴란드 구호 요원 등 7명이 숨졌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더욱 곤혹스러운 상황이 됐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자국민의 사망을 확인하고 이를 초래한 이스라엘군 공습에 대해 “용납할 수 없으며, 모든 책임을 묻겠다”고 강력하게 규탄했다.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이날 국가 안보에 해를 끼치는 외국 언론사의 취재·보도를 정부가 강제로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일명 ‘알자지라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은, 눈엣가시로 여겨온 아랍권 대표 언론 알자지라의 취재를 봉쇄하기 위해 급조한 법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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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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