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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이슈 '미투' 운동과 사회 이슈

뒤집힌 와인스타인 미투 판결, 파장은…할리우드 ‘비판’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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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하비 와인스타인.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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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을 촉발한 할리우드 영화계 거물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과거 성폭행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이 4년 만에 미국 뉴욕주 대법원에서 뒤집히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피해를 폭로했던 할리우드 배우들 사이에서는 거센 비판이 쏟아졌고, 법원의 이날 결정으로 앞으로 성범죄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가해자의 책임을 묻기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뉴욕주 대법원은 25일(현지시간) 와인스타인이 2020년 성폭행 혐의로 징역 23년을 선고받은 데 대해 그가 공정한 재판을 받지 못했다며 4대 3으로 2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검찰이 하급심에서 기소장에 적시된 와인스타인의 혐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사람들을 증인으로 불러 법정에서 증언하게 했다는 점을 “심각한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번 결정에 할리우드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와인스타인의 성폭행을 처음 폭로한 배우 애슐리 저드는 “이는 생존자(성범죄 피해자)들에게 불공평한 일”이라면서 “우리는 여전히 우리의 진실 속에 살고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우 로즈 맥가윈은 영상을 통해 “그들이 무엇을 뒤집더라도 우리가 누구인지, 무엇을 알고 있는지, 우리가 겪은 일과 이 삶에서 성취할 수 있는 것을 빼앗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와인스타인의 성추행 피해자 중 한 명으로 와인스타인 고발에 초반부터 함께한 배우 로재나 아켓도 “그는 정당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법원이 그의 판결을 뒤집은 것은 불행한 일”이라면서 “생존자로서 정말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오스카상 수상 배우인 미라 소르비노는 “피해자가 아닌 범죄자에게 치우친 사법체계가 끔찍하고 역겹다”고 직격했다.

NYT는 이번 결정에 대해 “사법 시스템에서 성범죄 피해자였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구제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라고 전했다.

이번 결정에 반대 의견을 제시했던 판사 중 한 명인 매들린 싱가스는 “법원이 향후 사건들에서 피해자들이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면서 “여성, 특히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집단을 자신의 권력으로 성 착취하는 남성들은 오늘 결정의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피해자들을 대리해온 변호인 린지 골드브럼은 성명을 통해 “(이번 결정은) 의심할 여지 없이 미래의 성폭행 피해자들이 나서는 것을 막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배우 겸 작가이자 활동가인 앰버 탬블린도 이와 관련해 “자신의 삶과 경력을 걸고 목소리를 낸 여성 커뮤니티 전체에 대한 손실”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와인스타인이 이날 대법원 결정으로 석방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이번 사건과 별개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도 다른 성폭행 혐의로 지난해 징역 16년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또 그는 영국에서도 두 건의 성추행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뉴욕주 대법원의 이날 결정이 와인스타인의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와인스타인 측은 조만간 캘리포니아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할 예정으로 전해졌는데, 변호인 측은 이번 법원 결정이 캘리포니아 사건을 항소할 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성범죄 피해자들을 돕는 단체 ‘여성의 평등한 정의 프로젝트’의 책임자이자 전직 성범죄 담당 검사인 제인 매닝은 뉴욕주 판결이 LA 사건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미투 촉발’ 71세 와인스타인, 징역 늘어 110세까지 복역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302241556001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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