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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전두환과 노태우

“노태우 비자금·보호막으로 SK 성장”… 그걸 딸의 ‘기여’로 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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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뒤집은 ‘최·노 이혼’ 2심 판결

조선일보

1993년 05월 최병렬 의원의 딸 결혼식에 참석한 노태우 전 대통령 내외.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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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재판은 1조3808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재산 분할 액수도 놀랍지만, 판결 근거로 SK그룹의 성장에 노 관장의 부친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이 상당한 역할이 있었다는 점을 들어 더 관심을 끌었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에 유입된 정황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SK 주식을 포함해 최 회장의 모든 재산은 분할 대상이라고 보고, 그 규모를 4조110억원이라고 봤다. 그중 35%를 노 관장에게 주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노 관장 몫은 분할 재산 1조3808억원과 위자료 20억원이 됐다. 앞서 1심에서 인정받은 분할 재산 665억원과 위자료 1억원의 20배에 달하는 액수다.

1심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은 부친인 최종현 회장에게 물려받은 특유재산”이라며 분할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특유재산은 결혼 전 갖고 있던 재산으로, 배우자가 재산 형성에 기여한 경우에만 분할 대상이 된다. 이날 재판부는 결혼생활이 30년 넘게 이어졌고, SK가 사돈인 노태우 전 대통령 덕에 성장할 수 있었다며 최 회장의 상속재산 및 SK 주식의 늘어난 가치까지 분할 대상에 포함시켰다.

조선일보

그래픽=김성규


◇노태우 비자금 300억원 SK에 유입?

노 관장은 1990년대에 부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증권사 인수, SK 주식 매입 등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의 사진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SK그룹에 비자금이 유입된 적이 없고 이는 1995년 노 전 대통령 수사 때도 확인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 부인 김옥숙씨가 작성한 메모에도 ‘선경 300억’이 들어가 있다”며 “태평양증권 인수 당시 출처 확인이 어려운 규모의 돈이 유입된 것을 보면 노 전 대통령 측이 금전적 지원을 하고 받은 증빙 어음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다”고 했다.

이 300억원은 노 전 대통령의 앞선 형사 재판에서 인정된 비자금과는 별개의 돈이라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대기업들에서 4100억여 원의 비자금을 받은 혐의로 1997년 대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고 2628억원이 추징됐다. 재판부는 “1991년도 기준으로 볼 때 300억원이 (분할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을 만큼의) 불법적인 돈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불법 소지가 있는 부정한 자금이라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재산 분할 대상에서 뺄 만큼은 아니라는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SK 측 변호인단도 “6공 비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다”고 했다.

◇SK, 노태우 도움으로 성장했다?

재판부는 또 최종현 선대 회장의 태평양증권·한국이동통신 인수 등을 들어 “SK는 노 대통령과의 사돈 관계를 보호막, 방패막으로 해서 위험한 경영을 감행해 그동안 성공해 왔다”며 “돈세탁이라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드러났지만 국세청 등을 통한 자금 출처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도 SK 측은 “한국이동통신은 김영삼 대통령 시절 인수했다. 재판부가 사실관계조차 모르고 있다”면서 “당시엔 오히려 6공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했고, 노 관장 측에도 많은 지원을 해 왔다”고 반박했다.

한 이혼 전문 변호사는 “자산 증식이 정경유착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으면서, 부정한 재산을 분할 대상으로 인정한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은 판결”이라고 했다.

◇부정행위, 위자료 20배 증액에 감안

최 회장이 혼인 생활 와중에 동거인인 김희영씨와의 관계를 지속해 온 것은 거액의 위자료를 산정한 이유가 됐다. 재판부는 “상당 기간의 부정행위를 지속하며 공식화하는 등 헌법이 보호하는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노 관장과 별거한 후 김씨와의 생활에서 최 회장의 자금이 219억원 이상 지출됐다”며 “1심 위자료 액수가 너무 적다고 판단해 증액하는 것이 맞다”고 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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