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8 (금)

文 주재 회의서 "채무비율 높다" 우려나오자 … 통계조작 돌입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4일 감사원이 밝힌 문재인 정부 국가채무 전망치 축소 사건의 핵심은 2020년 기획재정부가 나랏빚 급증에 따른 국민적 비판을 피하기 위해 마치 정부 재정 상황이 개선되는 것처럼 의도적으로 통계에 손을 댔다는 것이다.

206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예상치가 153%로 높게 나오자 이를 81.1%로 부당하게 변경한 정황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주택·고용·소득 분야에 이어 재정건전성까지 통계 조작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가채무비율 왜곡 사건의 발단은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등을 통해 나랏돈을 대대적으로 푼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감사원에 따르면 홍남기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2020년 7월 청와대 정례보고에서 "(재정건전성과 관련해) 불필요한 논란이 커지지 않게 잘 관리해달라"는 청와대 당부를 듣고 전망치 조작 작업에 착수했다.

홍 전 부총리는 기재부 실무진에게 "100%가 넘는 국가채무비율은 국민이 불안해한다"며 "이를 두 자릿수로 낮추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홍 전 부총리는 정부 재량으로 조절할 수 있는 재량지출 증가율을 경상 성장률에 연동해 계산하는 종전 산출 방식을 총지출 증가율과 연동하는 방안으로 바꾸라는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했다. 이에 대해 재정기획심의관이 우려를 표했지만 홍 전 부총리는 정책 의지를 강조하며 이행을 거듭 지시했다고 감사원은 전했다.

당시 장기재정전망협의회 간사였던 기재부 A국장은 채무비율 '두 자릿수'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 협의회 심의도 거치지 않고 전망 전제와 방법을 바꿨다. 이후 홍 전 부총리는 바뀐 전제를 적용해 산출한 전망치(81.1%)를 보고받고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 같다"고 했고, 기재부는 2020년 9월 관련 내용을 최종 발표했다.

감사원이 이번 감사 과정에서 조세재정연구원과 함께 장기 재정 전망을 재추계한 결과 2060년 채무비율은 81.1%가 아닌 148.2%로 계산됐다.

감사원은 홍 전 부총리에 대해 "외부 비판 등을 우려해 채무비율을 두 자릿수로 축소·왜곡해 장기 재정 전망의 객관성과 투명성, 정부 신뢰를 훼손했다"며 인사혁신처에 관련 내용을 통보했다. 정부는 이번 사건을 홍 전 부총리 재취업 등에 대한 인사 자료에 반영하기로 했다. 기재부에는 장기 재정 전망 결과를 왜곡하는 일이 없도록 하고 당시 실무자였던 A국장에게 주의 조치를 내렸다.

A국장은 매일경제와 통화하며 "2020년 당시 홍 부총리가 재정 전망 방식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재량지출을 총지출 증가율로 바꾸는 등 '합리적인 방향'으로 대체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면서도 "그 외에 감사원 감사 결과는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실 관계가 다른 부분을 감사원에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부실하게 운용되며 면제 조치를 남발한 사실도 드러났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총사업비 500억원(국고 300억원) 이상인 사업은 예타 대상이 된다. 하지만 2014년 법이 개정되며 국가 정책으로 추진되는 사업 등 특정한 유형에 대해서는 일정한 절차를 거쳐 예타를 면제받을 수 있게 됐다.

감사 결과 기재부는 2014~2022년 부처에서 예타 면제 요청을 받은 프로젝트 64개 가운데 63개(면제율 99%)를 면제했다.

국가 정책으로 추진되는 사업은 구체적인 계획이 수립되고 국무회의를 거쳐 확정된 사업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당시 기재부는 사업의 구체성이 떨어지는 면제 요청사업에 대해 '국무회의 의결을 거치기만 하면 사업의 구체성이 확보된 것'이라며 면제를 강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2019년 7월 예타 면제 등에 대한 심의·조정기구로 신설한 재정사업평가위원회에 충분한 검토 자료나 시간을 주지 않은 채 심의하도록 한 사실도 이번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이에 앞서 김수현·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 11명은 주택가격·고용·소득 분야 국가 통계를 당시 정책에 유리하게 보이도록 조작한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김정환 기자 / 안정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