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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중견기업 해부] 대표는 띠동갑 누나, 대주주는 남동생...불황·低출산에 엎친 데 덮친 깨끗한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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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제지기업 깨끗한나라 실적이 경기 불황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회사는 화장품이나 과자 등의 포장재로 쓰이는 백판지를 주로 생산하는데, 소비가 위축되면 포장 자체도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체 매출의 50%가 여기서 나온다. 나머지 절반은 화장지, 기저귀, 생리대 등 생활용품에서 나온다. 이 역시 구조적 저출생 문제에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故) 최화식 창업주가 ‘대한팔프’라는 이름으로 1966년 설립한 깨끗한나라는 아들 최병민 회장을 거쳐 현재 그의 장녀인 최현수(45) 대표가 이끌고 있다. 최 회장의 아내는 LG가(家) 구미정씨다. 구자경 전 LG그룹 명예회장의 차녀로, 구광모 현 LG그룹 회장의 고모다.

다만 최대주주는 막내인 아들 최정규(33) 깨끗한나라 이사가 이름을 올리고 있어 향후 경영권이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 이사는 지분율 16.12%로 최대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수·윤수(차녀)씨가 각각 7.7%로 2대 주주로 올라 있는데, 두 사람의 지분을 합쳐도 막내의 지분보다 적다. 3남매에 이어 구미정씨 4.96%, 최 회장 3.46% 순이다.

조선비즈

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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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깨끗한나라는 지난해 514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6065억원)보다 15% 감소한 것이다. 189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하기도 했다.

이런 실적은 올해 1분기 들어서도 빠르게 개선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 기간 매출은 1328억원으로 작년 1분기와 유사했고, 영업이익은 2억원을 내는 데 그쳤다.

가장 큰 이유는 경기에 민감한 백판지 수요가 위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회사에 따르면, 1분기 백판지 내수 출하량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5.7% 감소했다. 신풍제지(현 신풍)의 제조 설비를 인수한 경쟁업체 한창제지가 이를 본격 가동하면서 시장에 공급량이 늘어난 것도 부담 요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 기간 수출로 나간 백판지 출하량은 전년 동기보다 8.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주 시장인 동남아시아, 중국 등의 현지 업체에서 생산여력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점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제지업계는 보고 있다. 현지 업체들의 공급량이 늘면 경쟁이 심해지고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원재료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펄프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현재 국내 제지업계에선 무림P&P만 펄프를 생산하고 있다.

깨끗한나라 측은 “이달 중에도 펄프 가격 인상이 예정되어 있어 향후 몇 달간 가격 오름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면서도 “회사는 지난 2월 스티로폼(EPS, 발포폴리스티렌)을 100% 재활용한 ‘EPS 마이크로펠릿(Micro Pellet)’ 개발에 성공해 신소재 사업에 박차를 가하며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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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손민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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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나라(화장지)’ ‘보솜이(기저귀)’ ‘순수한면·디어스킨(생리대)’ 등의 브랜드로 전체 매출의 49.2%를 책임지고 있는 생활용품 부문도 구조적 저출생으로 업계 전반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연간 출생아 수 20만명 선 붕괴가 눈앞에 왔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성인용 기저귀, 반려견 시장, 유기농 생리대 등으로 발을 넓히며 생존을 꾀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인도네시아 제지업체 APP가 위생용품 기업인 모나리자와 화장지 브랜드 ‘코디’로 알려진 쌍용C&B를 4000억원에 인수하면서 단숨에 유한킴벌리에 이은 업계 2위(생산여력 기준)로 등극한 것도 위기감을 키우고 있다. APP는 글로벌 10위권의 제지회사로 종이의 원료인 펄프와 제지를 제조하고, 산림 운영 관리 사업까지 거느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지는 가격 경쟁이 치열한 곳인 데다 최근 오프라인 마트에서 온라인으로 유통 구조가 다변화하는 등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국내 업체 중 인수 희망자가 없었다”며 “산림 자원까지 갖고 있는 APP는 수직 계열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내세울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깨끗한나라로선 성장동력이 절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회사는 반려동물 시장 카테고리를 확대하는 등 비즈니스를 넓혀가는가 하면,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높고 인구가 많은 동남아시아 시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최정규 이사는 이를 담당할 핵심 자리인 생활용품 사업부 글로벌사업전략 업무를 담당하며 경영 수업 중이다. 장남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LG가의 가풍에 따라 3세 경영의 판도가 달라질지 관심이 쏠린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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