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
미국의 ‘안티 트럼프’(도널드 트럼프 반대) 진영이 큰 혼란에 빠졌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첫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완패한 조 바이든(81) 대통령 후보 교체론을 두고서다. 뉴욕타임스(NYT)·워싱턴포스트(WP) 등 반트럼프 성향의 미 주류 언론과 진보 진영에서 ‘바이든 교체론’이 확산하고 있고, 대선 패배 위기감에 휩싸인 민주당 내에선 후보 교체 움직임이 포착된다. 하지만 일각에선 “무익한 논쟁”이란 반론이 나온다. 무엇보다 바이든 본인의 돌파 의지가 강하다.
트럼프 |
토론회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자진사퇴론을 일축했다. 그는 29일 뉴욕주 이스트햄프턴에서 열린 선거자금 모금행사에서 “토론에 대한 여러분의 우려를 이해한다”면서도 “난 좋은 밤을 보내지 못했지만, 도널드 트럼프도 못 했다”고 말했다. 이어 토론 뒤 오히려 지지율이 약간 올랐다고 소개하며 “우리가 선거에서 이길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서 열린 유세 집회에서는 노타이에 단추 2개를 풀어헤친 차림으로 나타나 열변을 토했다. 그는 “나는 옛날만큼 잘 걷지 못하고 유창하게 말하지 못하며 토론을 잘하지 못한다”고 인정한 뒤 “하지만 잘못된 일과 옳은 일을 구별할 줄 알고 이 일(대통령직)을 어떻게 수행할지를 잘 안다(I know how to do this job)”고 역설했다. 또 “쓰러졌을 때 다시 일어나는 법을 안다”고 하자 지지자들은 “4년 더”를 외쳤다.
이날 질 바이든 여사는 ‘VOTE(투표하세요)’라는 글씨가 도배된 검은 원피스를 입고 바이든과 함께 등장해 “바이든은 진실을 말했고, 트럼프는 거짓말을 반복했다”며 바이든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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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우드워드·프리드먼 “바이든 사퇴를”… 당내 교체 회의론도
해리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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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에서 영향력이 큰 버락 오바마·빌 클린턴 등 전직 대통령도 바이든에게 힘을 실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X(옛 트위터)에 “토론 결과가 나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진실을 말하며 옳고 그름을 아는 사람과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일삼는 사람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지가 관건”이라며 “어젯밤에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고 썼다.
클린턴 전 대통령 역시 X에서 “토론에 대한 평가는 전문가들에게 맡기겠지만, 중요한 것은 사실과 역사”라며 “바이든은 지난 3년간 확고한 리더십을 통해 트럼프가 남긴 수렁에서 미국을 구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패닉 상태에 빠진 민주당 일각에선 여전히 ‘교체 불가피론’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익명의 한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은 “바이든 불출마를 설득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말했다. 바이든을 대신할 후보 이름도 구체적으로 나오고 있다. 당 안팎에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뉴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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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민주당 성향의 주류 언론을 중심으로 바이든 하차론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NYT는 ‘조국을 위해 바이든은 대선 경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민주당은 트럼프를 꺾을 유능한 후보 선출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이든과 친분이 깊은 NYT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도 “토론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렸다. 바이든은 좋은 사람이지만 선거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칼럼을 썼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 보도로 잘 알려진 밥 우드워드 WP 부편집장은 “토론 때 바이든의 모습은 너무 나쁘고 끔찍했다”며 “바이든이 대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요구는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후원하는 ‘큰손’들이 TV토론 이후 바이든 재선 가능성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급히 연락을 주고받으며 대체 후보군 얘기를 나눴다는 소식이 AP통신, NYT 등에서 보도되기도 했다. 후보를 교체하기엔 너무 늦었다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한때 ‘바이든 불출마’를 외치며 “민주당엔 뉴 리더가 많다”고 했던 민주당 전략가 데이비드 액설로드는 29일 “바이든이 사퇴하지 않는 한 이 문제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 대승의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 토론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에서 지지자 수천 명이 참석한 대규모 유세 집회를 가졌다. 그는 “많은 사람이 바이든이 물러나야 한다고 말하는데 내가 보기엔 그러지 않을 것”이라며 “(교체 후보군 중) 뉴섬 주지사는 주지사로도 출마하기 어렵고, 해리스 부통령은 아예 논외 인사며, 바보 같은 조 바이든이 가장 인기가 있다”고 비꼬았다. 이어 “문제는 바이든 개인의 쇠퇴가 아니라 그의 정책 실패”라며 “11월 대선에서 유권자들은 바이든뿐 아니라 민주당 전체를 쫓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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