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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최준영 박사 “저출생, 한국만의 문제 아니야... 사회·문화적 대책 병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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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율촌, 최준영 전문위원

“20개국 올해 역대 최저 출생률

중산층·화이트칼라 겨냥한 대책

저소득층·주부·중소기업 소외감

저출생 문제는 글로벌한 트렌드”

윤석열 대통령은 6월19일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했다. 이어 88번을 고쳐썼다는 정부의 저출생 종합대책이 발표됐다. 학계와 전문가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지만, 이번 정책으로 대한민국의 저출생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았다.

법무법인 율촌의 최준영 전문위원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저출생 대책이 주로 중산층, 화이트칼라, 맞벌이 부부를 겨냥하고 있어 저소득층, 전업주부, 중소기업 직원 등은 오히려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서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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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위원은 저출생 문제가 한국만의 고유한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설명하며, 경제 정책 같은 단순한 대책보다는 사회·문화적 인식과 환경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인터뷰는 저출생 대책 발표 전인 6월18일과 발표 이후인 21일 두 차례에 걸쳐 전화와 서면으로 진행됐다.

—저출생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인가.

“전 세계적으로 저출생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 기준으로 약 20개 국가가 역사상 최저 출산율을 기록했다. 한국에 특별한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트렌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베이비버스트’(Baby Bust·출산율 급락)라는 용어가 공공연하게 사용된다. 전 세계가 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도 출생률 자체는 높지만 하락 추세라는 점은 다르지 않다.” (베트남은 2022년 합계출산율 2.01명에서 2023년 1.95명으로 11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출산율이 하락했다.)

—저출생 원인은 무엇인가.

“결혼과 출산이 더 이상 필수적인 요소로 여겨지지 않는다. 많은 젊은 세대가 이를 인생의 리스크로 보고 있다. 여성들의 경제적 독립과 자아실현 욕구가 증가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진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가족 친화적 정책만으로는 저출생 문제를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북유럽의 핀란드도 2010년 이후 출산율이 3분의 1로 떨어졌고, 헝가리도 막대한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출산율이 떨어졌다. 사람들의 마음이 바뀌었기 때문에 단순한 정책으로는 극복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의 출산 장려 정책은 효과가 없나.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육아휴직 확대와 같은 정책은 출산을 결심하게 하는 요인이 되지 못 한다. 미래가 괜찮아 보이는 사회를 만들어야 출산율이 증가한다. 만약 돈의 문제로 해결하겠다면 정말 파격적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부가가치세를 1%포인트 인상해 그 재원을 출산 가정에 현금 지원으로 돌리는 것이다. 그래서 신생아가 연간 30만명이 도달할 때까지 유지하면, 연간 9조원을 계속 쓰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정책이 지속되면 수혜 대상이 늘고 배분되는 액수가 줄면서 결국 어느날 더는 파격적인 정책이 아닌게 되고, 재원 마련도 점차 어려워 진다. 이는 재정적 정책의 한계다.”

세계일보

—결혼과 출산의 구조적 문제는 무엇인가.

“결혼을 해야 출산율이 높아질 수 있는데, 왜 결혼을 하지 않는지에 대한 고민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부족하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세세한 관찰과 분석이 필요하다. 지금의 정책은 단편적인 문제 해결에만 집중되어 있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는 한계가 있다. 저출생 문제는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적인 현상이다. 이를 읽어내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

—현 정부의 6·19 저출생 대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첫째, 왜 아이를 낳지 않는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없다. 둘째, 정부의 저출생 대책은 주로 화이트칼라 맞벌이 중산층에 집중돼 있다. 육아휴직이나 육아 수당 등의 정책은 기존에 아이를 낳은 사람이 키우기 편한 제도일 뿐, 애를 안 낳은 사람들이 출산을 결심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 직원이나 전업주부 입장에서는 이러한 대책이 자신과 무관하다고 느낄 수 있다. 정책의 타겟 설정이 잘못되었다고 본다. 발언권 적은 사회의 평균이나 그 이하의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세번째로 출산율을 높이려면 결혼을 해야하는데, 왜 결혼을 안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그걸 극복하라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이 부족하다. 비혼에 대한 사회문화적인 여러 분석, 또 우리가 노력하면 어디까지 출산율을 올릴 수 있는지에 대한 것, 저출생에 대한 전반적 반성이나 분석, 목표 등이 빠져 있다.”

—저출생 문제에 있어 정부의 역할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가 진정성을 가지고 파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20~30대 젊은 여성들이 정책을 결정하고 실행하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출생 수석이나 인구전략기획부 장관에 2030 여성을 임명하는 것도 방법이다. 인재풀이 없다고 하지만 판교만 봐도 산업계에서 활약하는 젊은 여성 최고경영자(CEO) 등이 많다. 이를 통해 정부가 국민들에게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는 신뢰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정책 만능론에서 벗어나 사회와 문화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의 정책은 특정 계층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사회 전체적인 배려와 관심이 부족하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저출생은 기성세대의 판단과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출산연령세대의 요구와 판단을 존중하고, 미래를 위해 그들에게 결정권을 넘겨줘야 다음 세대에서라도 개선이 가능하다. 정책의 한계를 인정하고, 사회와 문화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단순한 경제적 지원이나 정책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문제다. 사회와 문화의 변화를 통해 전 세대가 공감하고 동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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