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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지났는데 뭐가 바뀌었나”···폭우 속 ‘서초구 초등교사 1주기’ 추모 행렬[초등교사의 죽음, 그 후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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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서초구 초등교사 순직 1주기인 18일 교사가 재직했던 초등학교 인근에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조합원들과 교사유가족협의회 관계자들이 서초경찰서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조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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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1년 동안 무엇이 바뀌었나 원망하듯이 비가 내리네요.”

경기도에서 온 교사 위혜진씨(42)가 18일 장맛비가 쏟아지는 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날은 학생 민원에 시달리다가 숨진 서울 서초구 초등학교 교사 A씨의 1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교사유가족협의회는 이날 서초구 일대에서 ‘서초구 초등교사 순직 사건 1주기 추모 걷기’를 진행했다.

50여명이 참여한 이날 행진은 사건이 발생한 초등학교 앞에서 묵념과 함께 시작됐다. 참여한 사람들은 폭우에도 우산 대신 검은 리본을 묶은 흰 국화를 한 송이씩 손에 든 채 7.18km를 행진했다. 주최 측은 A씨의 순직일인 7월18일에 맞춰 행진 거리를 7.18km로 정했다. 20분가량 걷자 A씨의 모교인 서울교육대학교가 나왔다. 학교 정문 앞에는 이날 예정된 순직교사 추모행사인 ‘함께라는 믿음, 다시 가르칠 수 있는 용기’라고 적힌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

1시간을 걸은 후 행진은 서초경찰서 앞에서 멈췄다. 서초경찰서는 지난해 11월 A씨가 담당하던 학급의 학부모를 대상으로 수사에 착수했으나 “괴롭힘 등 구체적인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무혐의 종결했다.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순직 교사가 당했던 부당한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즉각 재수사에 착수해야 한다”며 “노동자가 자신의 노동 현장에서 고통을 호소하면서 죽어갔는데 누구 하나 책임질 수 없다는 이야기인가”라고 말했다.

A씨를 추모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온 교사들도 이날 행진에 참여했다. 부산에서 온 10년차 초등교사 B씨(39)는 “학교에서 힘든 순간이 많았을 텐데 누가 옆에서 도와줄 수만 있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많이 괴로웠다”며 울먹였다. 교사 C씨(57)는 “선생님들은 학생들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인데 지금 현장 상황은 그렇게 쉽지가 않다”며 “교권을 회복하고 제자들과 잘 지내기 위해 딱 떨어지는 해결책이 없는 것 같아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행진이 끝난 후 이들은 국회 앞으로 가서 교권보호· 교사 순직 인정 제도 개선을 위한 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B씨의 사촌오빠인 박두용 교사유가협 대표는 “지난해 7월18일 소중한 내 사촌동생의 죽음은 그간 내재된 교육 문제를 수면 위로 이끌어냈다”며 “하지만 아쉽게도 사건 후 유가족들의 목소리와 처우 관련 문제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교육청 차원에서 직접 사망 원인을 파악하고 순직을 인정할 수 있는 시스템, 남아있는 유족들을 보살필 수 있는 지원 제도를 마련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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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교사의 1주기를 사흘 앞둔 15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옆에 추모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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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선 시교육청과 6개 교원단체, 교사유가족협의회가 공동 주관한 추모식이 열렸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여야 국회의원, 교원단체 및 교사유가족협의회 대표뿐 아니라 동료 교사들과 학생들이 참석했다.

이 장관은 추도사에서 “선생님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는 것이 곧 우리 아이들의 배움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기에 가는 길이 어렵더라도 끝까지 걸어갈 것”이라며 “모든 선생님이 행복하게 가르치는 학교, 학교 구성원이 스스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학교, 많은 선생님이 꿈꾸는 학교를 반드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조 교육감은 “선생님을 향한 학생의 존경심, 학생을 향한 선생님의 존중심, 학교에 대한 학부모의 협력심이 하나로 묶인 공동체형 학교로 함께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 기피지역 강남 초교 ‘저연차’에 담임 떠넘기기 사실일까
https://www.khan.co.kr/national/education/article/202407171632001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탁지영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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