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04 (수)

도요타 회장의 경고 “일본을 사랑하지만...일본 탈출 생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회장./로이터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68) 회장이 “재팬 러브(Japan Love)인 내가 일본 탈출을 생각하는 상황은 정말 위험하다”며 “(자동차 제조사가) 일본을 떠나면 큰일 난다. 하지만 지금의 일본은 ‘한번 열심히 해보자’라는 의욕이 안 생긴다”고 말했다. 일본 시총 1위이자 일본의 간판 기업인 도요타가 본사를 해외로 옮길 수도 있다는 취지의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일본 정부가 도요타자동차의 품질 인증 관련 부정행위를 강하게 옥죄자, 도요다 회장이 해외에서 경쟁하는 자국 기업의 안전성 신뢰를 흔드는 정부를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19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요다 회장은 18일 일본 나가노현 지노시(市)의 사찰인 쇼코지(聖光寺)에서 열린 ‘교통안전 기원하는 대법요’에서 “일본의 조용한 머저리티(majority·과반수)는 일본 자동차산업이 전 세계를 상대로 경쟁하는 것에 매우 감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자동차 업계의 사람들도 (이런 감사를) 느낄 수 있도록, 그런 응원을 꼭 받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일본 정부가 국민 정서와는 정반대로 움직인다는 의미다.

일본 정부가 도요타자동차의 부정행위를 발표한 건 6월 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도요타자동차가 보행자·운전자 보호 기능에 대한 국가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저지른 6가지 부정을 확인하고 코롤라 등 3종에 대해 자국 내 생산·출하를 금지했다. 당시 3300엔(약 2만9000원) 정도였던 도요타자동차의 주가는 3000엔까지 급락했으며, 아직도 3100엔대에 머물며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 국토교통성은 도요타의 현장 조사에 들어갔고 현재 생산 금지는 풀지 않고 있다. 도요타는 잠정적으로 8월말까지 3종 차량의 생산라인을 중단할 예정이다.

도요다 회장과 사토 고지 사장(최고경영자·CEO)는 6월 한 달 동안 각각 기자회견과 주주총회에서 부정 행위를 사죄했다. 두 차례나 고개 숙여 사죄하면서도 도요타는 ‘문제는 우리가 아니라, 너무 형식적인 일본 정부의 규제’라고 반박했다. 인증 부정이 발각된 직후, 도요타 측은 “일본 정부가 정한 기준보다 훨씬 엄격한 검사를 했는데, 단순히 정해진 기준을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형식 부정이 됐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모형 인체와 충돌 충격 실험의 경우, 도요타는 충돌 각도를 일본 기준보다 엄격한 65도로 했는데, 결과적으로 일본 기준(50도)가 아니라서 형식상 위반한 모양새라는 식이다. 도요타 차량엔 안전 문제는 없으며, 다만 일본 정부의 규정과 달랐다는 것이다.

발끈한 일본 국토교통성이 ‘도요타가 거짓말한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토교통성은 “충돌 각도는 상황에 따라 달라, 65도가 50도보다 안전하다고 볼 수 없으며, 도요타의 실험이 일본 규정보다 더 엄격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일본의 안전 규정은 유럽, 한국 등 62국·지역이 가맹한 ‘국제연합 기준’과 같기 때문에 도요타의 부정은 해외에서도 위반일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도 발표했다. 한발 더 나가, 단종된 과거 모델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독자적으로 안전성을 시험해 기준에 부적합하면, 리콜 명령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도요다 회장의 발언은 일본 정부가 해외에다 ‘도요타의 자동차는 안전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내는 데 참다못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 도요다 회장은 도요타자동차의 공동 창업 부자(父子)인 도요다 사키치의 증손자, 도요다 기이치로의 손자다. 도요타자동차의 상징적인 인물인 도요다 회장이긴 하지만, 도요타자동차가 실제로 본사를 해외로 이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본다. 창업 가문인 도요다 가문이 보유한 도요타자동차 지분은 1%에 불과한 데다 인증 부정 문제의 인책론이 불거지며 도요다 회장의 퇴진론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자동차광(狂)인 도요다 회장이 CEO 시절에 내연기관을 중시하는 바람에 전기자동차에서 뒤처졌다는 비판도 거세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