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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2세 아이, 응급실 11곳 뺑뺑이 돌다 한달째 의식불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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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A양의 어머니가 병원 이송을 거부당하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 절규하는 모습.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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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를 앞두고 응급실 과부하가 우려되는 가운데 두 살배기 여자아이가 응급실 11곳에서 이송 거부를 당해 의식불명에 빠진 일이 뒤늦게 알려졌다.

3일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4일 오후 8시 40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서 생후 28개월인 A양이 열이 나고 경련 증상을 일으켜 위급한 상황이라는 내용의 119신고가 접수됐다.

구급대원은 신고 접수 후 10여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으나 병원으로 출발할 수 없었다. 10여 분 동안 경기 서북권역 병원 6곳에 전화했지만 모두 환자를 받아줄 수 없다고 했기 때문이다. 급한 대로 집에서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으로 향했지만, 역시 진료를 거절당했다.

그러는 사이 아이의 상태는 악화되기 시작했고, 구급차에 동승했던 엄마는 울면서 병원 측에 받아달라고 애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공개된 구급차 내부 방범카메라에는 A양의 엄마가 병원 측에 전화를 하다 이송을 거부당하자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며 절규하는 모습이 담겼다.

A양의 어머니는 언론 인터뷰에서 “‘지금 받아 주는 데가 다 없기 때문에 어머님도 같이 (병원에 전화를) 돌리셔야 돼요’ 이렇게 구급대원이 말씀하시더라”라며 “‘지금 아기가 너무 위급한 상태다. 우리 아기 좀 봐주세요’ 이러고 이제 갔는데. (병원 측에서는) ‘지금 119랑 같이 있으시다면서요. 그럼 괜찮은 거 아니에요’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결국 A양은 119에 신고가 접수된 후 약 1시간이 지나서야 12번째 병원인 인천 인하대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A양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경련은 멈췄지만, 심각한 뇌 손상을 입고 한 달째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구급대원은 당시 A양의 상태를 시급히 진료가 필요한 상태로 판단했지만 수도권 병원 11곳은 진료할 ‘의료진이 없다’며 이송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병원의 거부로 4차례 이상 환자를 재이송한 사례는 17건에 달한다.

[김명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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