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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단독] “집 마련 고충” “투자 실패” 언론사 前간부들 말에, 김만배 억대 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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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중앙일보 전 간부 공소장 보니

전직 언론사 간부들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에게 주택 마련의 어려움, 주식 투자 실패 등 생활상 고충을 털어놓은 뒤 억대 금품을 제공받았다는 내용이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선일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와 거액의 돈 거래를 한 혐의를 받는 중앙일보 간부 출신 조모씨(왼쪽)와 전직 한겨레신문 부국장 석모씨가 지난 7월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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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3일 국회를 통해 입수한 전직 한겨레신문 부국장 석모씨와 중앙일보 간부 조모씨 등의 배임수재·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공소장에는 이 같은 정황이 기재돼 있다.

먼저 석씨는 2018년 말~2019년 초 김씨 등과 저녁 식사를 하던 중 “무주택자라 위례·청량리·은평 등지에 청약을 알아보고 있다”며 “서울 집값이 올라 집을 마련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자 대장동 개발사업과 관련한 우호적 여론 형성을 필요로 하던 김씨가 “청약을 하려면 강남이나 좋은 동네에 해라. 돈이 부족하면 내가 도와주겠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2019년 3~4월 석씨에게 재차 분양대금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석씨는 그해 5월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고, 김씨에게 2020년 8월까지 분양대금 8억6820만원을 내야 한다고 알렸다. 김씨는 그달 16일 석씨에게 1000만원권 수표로 2억9000만원을 제공하는 등 이듬해 8월까지 총 8억9000만원을 제공했다.

검찰은 “석씨는 당시 별다른 자산이 없고 기자 급여만으로는 고급 아파트 분양에 소요되는 거액을 반환할 능력이 되지 않았다”면서 “그럼에도 김씨가 담보 제공, 차용증 작성, 이자 약정 등을 요구하지 않고 거액을 제공한 것은 대장동 사업 관련 우호적 여론 형성에 도움을 달라는 부정한 청탁의 의사로 금품을 무상 제공하려 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석씨는 2018년 4월부터 김씨로부터 골프, 식사 등을 수시로 제공받았고 명절에 한우세트 등 고가의 선물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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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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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의 경우 2018년 7월 김씨와 식사 자리에서 “주식 투자에 실패해 손실이 크다”며 고충을 토로하자 김씨가 “가능한 범위에서 돈을 맡기면 키워줄 테니 돈을 보내라”고 답했다고 한다. 조씨는 같은달 25일 김씨에게 8000만원을 이체했는데, 김씨는 9개월여가 지난 뒤 1억8000만원을 수표로 돌려줬다. 그러나 이 돈은 김씨가 투자로 불린 것이 아니었다. 김씨는 조씨 돈 8000만원을 자신 명의의 골프장 회원권 구입자금으로 썼고, 1억8000만원은 별도로 마련해 조씨에게 건넨 것이었다.

조씨는 이외에도 2020년 4~5월에 용돈 명목으로 300만원을, 주택 구입 자금 명목으로 1억원을 각각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는 2021년 8월에는 자녀의 사립초등학교 등록금 고지서(182만1000원)를 김씨에게 보내며 교육비 지원을 요청했고, 김씨는 100만원을 건넸다. 김씨는 조씨에게도 수시로 식사·골프 접대를 했다.

검찰은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하던 김씨가 관리 차원에서 기자들에게 수시로 골프, 식사, 휴가비 등을 제공했다고 적었다. 검찰은 “오랜 법조기자 생활을 한 김씨가 대장동 개발 사업 성공을 위해선 사업과 관련된 특혜, 문제점 등을 다루는 기사가 보도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임을 알고 기자들을 꾸준히 관리했다”고 했다. 또 김씨가 동업자인 남욱(천화동인 4호 소유주)씨, 배성준(천화동인 7호 소유주)씨 등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는 것이다.

다만 김씨가 석씨나 조씨에게 구체적으로 보도를 청탁했다는 정황은 공소장에 담기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이준동)는 지난달 7일 석씨와 조씨를 배임수재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김씨도 배임증재 등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이들의 첫 재판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한편 김씨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이들과 함께 수사 받던 전직 언론인 A씨는 지난 6월 숨진 채 발견됐다.

[유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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