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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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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긴장 초래" vs "대만 문제 양보 못해"... 미중 외교 수장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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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공개 회담서 남중국해·대만 두고 충돌
블링컨 "항행 자유 부합, 평화적 해결을"
왕이 "대만, 결코 '독립 국가' 될 수 없어"
아시아 지역에서 커지는 상호 불만 반영
한국일보

토니 블링컨(왼쪽) 미국 국무장관이 27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비엔티안=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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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을 방문한 미국과 중국의 외교 수장이 남중국해와 대만 문제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양측은 대화와 소통의 중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아시아·태평양 지역 핵심 현안을 두고는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특히 중국은 대만 문제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 “대만해협 안정 중요”


28일 AP통신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전날 비엔티안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만나 중국의 잇단 도발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27일 라오스에서 열린 ARF 외교장관 회의와는 별도로 진행됐다. 이번 비공개 회담이 끝난 뒤 미국 국무부는 “양국 장관이 지역 핵심 사안에 대해 개방적·생산적인 논의를 나눴지만, 의미 있는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왕 부장에게 “중국이 남중국해 해상 긴장과 불안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항행 자유와 국제법에 부합하는 분쟁의 평화적 해결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이 2016년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판결을 무시한 채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며 필리핀과 물리적 충돌을 벌이고 있는 행태를 꼬집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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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8월 4일 중국이 미상 장소에서 대만 주변 해역을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장면을 관영 CCTV를 통해 공개했다. 중국은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대만 주변 7개 해·공역에서 중요 군사훈련 및 실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베이징=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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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문제도 꺼내 들었다. 블링컨 장관은 지난 5월 라이칭더 대만 총통 취임 당시 중국군이 ‘대만 포위 훈련’을 실시하는 등 노골적인 위협을 가한 점을 언급하며 “대만해협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동맹·파트너 국가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비전을 진전시키겠다고도 언급했다.

중국 “미국, 불난 데 부채질 말라”


미국 측 발표가 나오자 중국 정부도 곧장 왕 부장 발언을 공개하며 맞불을 놨다. 중국 외교부 발표를 보면 왕 부장은 블링컨 장관과의 회담에서 ‘대만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대만 독립과 대만해협 평화는 물과 불처럼 양립할 수 없다”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으로, 과거에도 (독립) 국가가 아니었고 앞으로도 결코 국가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왕 부장은 이어 “대만 독립 세력이 한 번 도발하면 우리도 한 번 반격할 것”이라며 “중국은 대만 독립 공간을 부단히 줄여 나가 완전한 통일 실현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두 사람의 회담은 1시간가량 예정돼 있었으나, 대만 문제를 둘러싼 설전 탓에 20분 더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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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세컨드토머스 암초 인근에서 중국 해안경비대 함정이 필리핀 보급선(가운데)의 항행을 방해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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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부장은 특히 미국의 남중국해 문제 개입을 두고 “불난 데 부채질하지 말고, 고의로 일을 만들어서 해상 안정을 해치지 말라”고 경고했다. 앞서 필리핀과 중국은 지난 21일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군도 세컨드토머스 암초(중국명 난사군도 런아이자오)에 위치한 필리핀 폐군함에 식량과 의약품 등을 보급하기로 임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간 필리핀군의 보급 임무를 중국이 방해하는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이어졌던 점을 감안하면, 갈등 수위를 크게 낮추는 조치라는 평가가 나왔다. 왕 부장의 이번 발언은 양측이 ‘외교’로 갈등을 해결하고 있는 만큼, ‘제3자’인 미국이 끼어들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왕 부장은 같은 날 엔리케 마날로 필리핀 외교장관과 만나 “필리핀이 인도주의적 물품 공급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경우 중국은 결연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합의 사항을 철저히 이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필리핀이 남중국해에 정박 중인 폐군함에 일상 물자 외 선박 수리 물자를 보내서는 안 된다는 경고성 발언이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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