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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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시기 ‘윤석열 대선후보 검증 보도’를 수사 중인 검찰이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 등 3명을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반면 검찰은 2011년 윤석열 당시 검사의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을 초반에 보도한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 등 4명에 대해선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는데,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의 배후를 색출하겠다며 대대적으로 벌인 검찰 수사가 사실상 배후 규명에 실패하며 ‘언론 옥죄기 수사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13일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이준동)는 지난 대선을 앞두고 ‘2011년 부산저축은행 불법대출 사건 부실수사 의혹’을 보도한 봉지욱 뉴스타파 기자와 허재현 리포액트 기자, 이재명 대선 캠프에서 대변인을 맡았던 송평수 변호사 등 3명을 정보통신망법의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혐의를 받았던 이진동 뉴스버스 대표와 윤아무개 전 뉴스버스 기자, 최아무개 민주당 보좌관, 김아무개 민주당 전문위원 등 4명에 대해선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했다.

검찰은 봉 기자가 제이티비시(JTBC)에서 근무하던 시절 허위사실임을 알면서도 ‘2011년 부산저축은행 수사 주임검사였던 윤 대통령이 박영수 변호사의 청탁을 받고 대장동 개발업자 중 하나인 조아무개씨의 수사를 무마해줬다’고 보도했다고 봤다. 또 검찰은 봉 기자가 인터뷰를 왜곡해 제이티비시 보도국장과 사회부장을 속였다며 봉 기자에게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허 기자와 송 변호사는 ‘최재경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과 조씨 사촌 형의 녹취록’을 조작 보도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허 기자가 녹취록에 등장하는 당사자가 최 전 부장이 아님을 알면서도 이를 이용해 ‘윤 대통령이 조씨 봐주기 수사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고 보고 있다. 송 변호사는 해당 녹취록 내용을 허 기자에게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반면 녹취록에 등장하는 최 보좌관은 불기소 처분해 검찰은 송 변호사와 최 보좌관의 공모 혐의는 밝혀내지 못했다.

지난해 9월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리고 윤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를 1년 가까이 벌여왔다. 당시 검찰은 “보도 내용이나 보도 시점 민감성, 중요성에 비춰 관련자의 치밀한 개입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어서 배후세력 여부까지 규명하겠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드러나거나 확인한 정황으로 보면 우연히 일회성으로 일어난 것으로 보기가 어렵다”고 밝히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을 잇달아 소환조사하는 등 사실상 민주당을 노린 수사였다. 최근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다수의 야당 정치인과 언론인들의 통신이용자정보를 조회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검찰은 송 변호사를 제외한 민주당 관계자들을 기소하지 못했고, 초기 부산저축은행 부실수사 의혹을 보도한 뉴스버스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함에 따라 ‘언론 옥죄기 수사를 벌였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검찰은 유사한 보도를 한 경향신문에 대해선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이창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검·경 개혁 소위원장은 “이번 수사로 검찰은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을 위축시키는 등 윤 대통령이 원하는 효과를 모두 거뒀다”고 비판했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마구잡이식 압수수색, 수천명에 대한 통신정보조회 등 무리한 수사에 이은 야당과 비판언론인에 대한 정치탄압성 기소”라고 밝혔다.

허 기자 쪽 변호사는 “검찰이 적법한 절차로 수사를 개시했는지에 대해 법원에서 다툴 예정”이라며 “녹취록의 경우 여러방면으로 확인해본 결과 최재경 전 중수부장의 것이 맞다고 결론 내리고 보도했다”라고 설명했다. 봉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 증인으로 재판대에 세워서 반드시 사건의 진실을 가리겠다”라며 “무죄 나오면 대통령과 검찰이 모든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