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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3 (금)

마약·성착취 등 ‘범죄 방치 혐의’ 텔레그램 창업자, 프랑스서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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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대화’ 기능 범죄에 악용

“관리 부실·수사 협력 부족”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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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온상’으로 비판받는 메신저 텔레그램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40·사진)가 24일(현지시간) 프랑스에서 체포됐다.

현지 방송 TF1에 따르면 두로프는 이날 저녁 파리 외곽 르부르제 공항 활주로에 선 전용기에서 내리다가 붙잡혔다.

프랑스 사법경찰국 산하에서 미성년자 폭력을 전담하는 사무국(OFMIN)이 예비수사를 토대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두로프는 자신이 수배자인 걸 알면서도 아제르바이잔에서 전용기를 타고 파리로 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텔레그램 관리 부실, 법 집행 기관과의 협력 부족, 일회용 번호와 같은 메신저 제공 도구로 인해 두로프가 마약 밀매, 아동 착취 범죄, 사기 등에 연루됐다고 보고 있다. 텔레그램에서 수많은 범죄가 일어나는데도 손놓고 있던 두로프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러시아 태생인 두로프는 2006년 개발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콘탁테를 ‘러시아판 페이스북’으로 키운 정보기술(IT) 사업가다. 프콘탁테를 이끌던 2013년 독일 기반으로 메신저 텔레그램을 출시했다.

그는 이듬해 프콘탁테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검열에 반발해 러시아를 떠난 뒤 텔레그램 운영에 집중했다. 2021년 프랑스 시민권을 취득했다. 두로프의 재산은 2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두바이에 본사를 두고 있는 텔레그램은 표현의 자유와 익명성 보장을 앞세워 전 세계에서 9억명 넘는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러시아, 우크라이나와 옛 소비에트연방 지역에서 영향력이 높다.

암호화 기술을 통해 대화 내용이 서버에 남지 않도록 하는 ‘비밀대화’ 기능을 제공한다. 이에 과거 국내에선 국가기관의 사이버 검열을 피해 해외에 서버를 둔 서비스로 옮겨가는 ‘사이버 망명’ 메신저로 주목받기도 했다.

문제는 텔레그램이 온갖 범죄의 통로가 됐다는 점이다. 텔레그램 안에서 테러 모의나 마약 거래가 이뤄진 사례는 국내외에서 끊임없이 보고됐다. ‘n번방 사건’ 가해자들이 성착취물을 거래한 플랫폼도 텔레그램이었다.

2022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로는 전쟁 정보 유통채널로 부상했다. 검증되지 않고 자극적인 내용이 판치고 있다.

하지만 텔레그램은 각국의 수사 공조 요청에 비협조적이었다. 현지에선 두로프가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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