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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4 (토)

포르노·마약 방조...’범죄 종합판’ 텔레그램 CEO 12가지 혐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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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CEO에 12개 혐의 적용

조선일보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의 창업자 파벨 두로프가 지난 24일 프랑스에서 체포됐다. 그는 이로써 마약 유통, 돈세탁, 조직범죄, 아동 포르노 유통 등에 대한 방조(타인의 범죄에 편의 제공) 등 12가지 혐의로 프랑스 검찰에서 조사받게 됐다. 사진은 두로프가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것.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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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지난 24일 체포된 텔레그램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파벨 두로프(40)가 총 12개에 달하는 혐의를 받고 있다고 26일 확인됐다. 프랑스 검찰은 두로프가 온라인 메신저·소셜미디어 서비스인 텔레그램에서 벌어지는 각종 범죄와 가짜 정보 유통을 방치했을 뿐만 아니라, 사실상 이를 돕는 방조(幇助) 행위를 한 혐의로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이를 놓고 “서방의 정치적 동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고 비난하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치와는 무관한, 법정에서 판단될 사안”이라고 밝히면서 텔레그램 문제가 국제적 갈등으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두로프는 구(舊)소련에서 태어난 러시아 출신으로 2014년부터 해외를 전전하며 살고 있으나 러시아 정부와 모종의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프랑스 파리 검찰청은 이날 발표한 공식 성명을 통해 “두로프가 마약 유통, 돈세탁, 조직범죄, 아동 포르노 유통 등에 대한 방조(타인의 범죄에 편의 제공)·공모와 함께 텔레그램상의 사이버 범죄 및 금융 범죄 수사 협조 거부 등 총 12개 혐의에 대해 조사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 “그의 체포 및 구금 조사는 지난달 8일 시작된 한 사이버 범죄 용의자를 수사하는 과정의 일환”이라고도 밝혔다. 이번 조사가 두로프를 직접 겨냥해 시작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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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백형선


프랑스 검찰은 열두 개 중 여섯 개엔 방조 혐의를 적용했다. 텔레그램을 통해 이뤄지는 ①불법 거래 플랫폼 운영 ②아동 음란물 소지 ③아동 음란물 배포 ④마약 취득·운반·소지·판매 ⑤해킹 도구 등 불법적 판매 ⑥조직적 사기 등을 방조했다고 했다.

나머지 여섯 개에 대해선 그가 직접 범죄를 저질렀다고 봤다. 조사 결과에 따라 그를 단순 방조범이 아닌 정범(正犯)으로 기소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수사기관이 정당하게 요청한 정보 제공을 거부(⑦)한 것과 아울러 범죄 조직 가담(⑧), 조직범죄 수익금 세탁(⑨)을 했고, 공식 인정이나 사전 신고 없이 암호화 서비스와 도구를 제공하거나 수입했다는 혐의(⑩~⑫)도 적용했다고 밝혔다. 이 중 암호화에 관한 마지막 세 혐의는 텔레그램의 특장점인 보안을 위해 필요한 기술에 관한 것이다. 검찰이 세부 사항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온라인 메신저 등의 보안 기술에 대해 정부 인증을 받도록 한 유럽연합(EU)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는 뜻으로 보인다. 프랑스 매체들은 “두로프의 구금 가능 기간인 28일까지 그에 대한 기소 여부가 가려질 것”이라고 전했다.

텔레그램은 와츠앱, 위챗, 페이스북 메신저에 이은 세계 4위의 메신저 앱이자 소셜미디어 서비스다. 전 세계 사용자는 약 9억명이다. 특정 국가에 서버를 두지 않고 강력한 암호화 방식을 쓰는 등 강도 높은 보안 정책을 적용해 인기가 많다. 두로프는 2015년 “정부를 포함한 제삼자에게 단 한 자(字)의 데이터도 공개하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이 때문에 정부의 감시가 심한 독재 국가에서 특히 큰 인기를 끌었다. 우크라이나에서도 텔레그램은 전쟁 정보를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매체가 됐고, 한국에서도 정부 당국자들을 포함해 사용자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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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현국


이런 높은 보안성이 그러나 마약 거래, 테러 모의, 가짜 정보 유포 등에 악용되며 텔레그램이 ‘범죄의 온상’이 됐다는 비판도 거세다. 프랑스 검찰이 적용한 혐의에도 이런 부작용이 반영됐다. 테러 단체들이 텔레그램을 조직원 모집과 테러 모의·홍보 등에 이용하거나 테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불법 가상 화폐 거래에 쓰는 경우도 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테러리스트와 극단주의자, 마약상들이 텔레그램의 보호막 아래 모여들었다”고 지적했다. EU는 아울러 텔레그램이 러시아가 허위 정보를 퍼트리는 핵심 도구라고 보고 있다. 러시아 정보기관이 텔레그램에서 친(親)러 가짜 뉴스를 퍼뜨리면, 이것이 X(옛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증폭돼 확산한다는 것이다.

두로프의 모국 러시아는 정부가 직접 반발하고 나섰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프랑스 검찰의 두로프 체포는 정치적 이유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로프의 체포가 텔레그램에 대한 프랑스 정부, 나아가 EU 차원의 통제 시도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블라디슬라프 다반코프 러시아 하원(두마) 부의장은 “프랑스가 두로프를 협박해 텔레그램 이용자의 개인 정보에 접근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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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전 세계적 민간인 사찰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은 “프랑스가 텔레그램의 개인 정보에 접근하려 기업가를 인질로 잡았다”고 했다. X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언론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텔레그램 측은 “디지털서비스법(DSA)을 포함한 EU 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 (텔레그램 소유자인) 두로프가 텔레그램 서비스 남용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두로프가 러시아 정부와 ‘특수 관계’란 의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2018년 텔레그램 측에 “암호 해독 키(key·열쇠)를 제공하라”고 요구하며 텔레그램을 압박했고 서비스 금지 조치까지 취했다. 그러나 2020년 돌연 서비스 금지를 풀었고, 지금은 러시아 공무원·군인이 텔레그램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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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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