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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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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산재 인정된 ‘비닐하우스 사망’ 이주노동자 속헹씨 사건에 “국가 책임 증거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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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의무해태도 속헹씨 사망 간 인과관계 없어”

유족 측 “‘위험의 이주화’ 문제 더 심화…항소” 반발

경향신문

세계 이주노동자의 날 기념대회가 열린 2021년 12월19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참가자들이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된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속헹씨를 추모하고 있다. 김창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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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포천시의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잠을 자다 목숨을 잃은 캄보디아 출신 산업재해 피해자 속헹씨에 대한 국가의 민사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 법원은 국가의 책임을 묻기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9단독 조영기 부장판사는 지난달 29일 속헹씨의 유족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민사 소송을 제기한 지 약 2년 만에 나온 판결이다. 2일 경향신문이 판결문을 살펴봤더니 조 판사는 “국가가 고의 또는 과실로 속헹씨의 건강권과 주거권을 침해해 사망케 했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주장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속헹씨는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2020년 12월20일 전기 공급이 끊겨 난방이 되지 않는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자다 사망했다. 부검결과 사인은 간경화 합병증이었다. 일하다 질병을 얻게 됐는데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그러다 열악한 숙소에서 지내다 숨진 것이다.

그는 2022년 5월 산재로 인한 사망을 인정받았다. 산재로 인정되려면 노동자 사망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해야 하는데 근로복지공단은 이를 인정했다. 그해 9월 유족이 시민단체 도움을 받아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이 연장선에 있었다. 유족 측은 “기숙사 관리 소홀은 산재 피해 이주노동자의 주거권, 건강권을 침해한 것으로 대한민국이 배상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 판사는 속헹씨가 머문 기숙사 시설이 열악하고 쾌적하지 않았다는 점은 수긍했다. 그러나 열악한 숙소 환경과 속헹씨 사망 간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사업장에 대한 관리 미흡도 사망 간 인과관계가 없다고 봤다. 조 판사는 “국가가 고의 또는 과실로 속헹씨의 건강권과 주거권을 침해해 사망케 했으므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주장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담당 공무원이 속헹씨 사망 이전에 사업장에 대한 지도·점검을 신속하게 이행하지 않았어도 공무원이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과 속헹씨 사망 간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산재 판단에 주요한 원인으로 밝혀진 간경화 합병증 사인에 대해서도 “건강검진을 받았다면 사망을 막을 수 있었는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조 판사는 “속헹씨가 머물던 기숙사 난방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인지 불명확하고, 이로 인해 속헹씨의 간경화가 악화했다거나 합병증이 유발돼 사망에 이른 것인지 의학적으로 근거가 뒷받침됐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속헹씨 사건을 대리한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고용허가제도는 관련 법령으로 매년 1회 이상 지도·점검 계획을 수립하는 등 고용노동부 장관의 의무를 엄격하게 부여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은 고용허가제 사업장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대한민국에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아리셀 중대재해 사건 등에서 확인한 이른바 ‘위험의 이주화’ 문제를 더 심각하게 할 우려가 있다”며 “유족들과 논의해 항소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아리셀 공장 화재 참사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 23명 중 18명이 이주노동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주노동자 사업장에 대한 미흡한 관리·감독’ 문제가 재차 주목을 받았다.


☞ 이주노동자 산재사망 속헹씨 유족이 정부 상대 소송 계속하는 이유는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7011633001



☞ “화성 아리셀 화재 참사, 위험의 ‘외주화’와 ‘이주화’가 포개졌다”
https://m.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407221611001#c2b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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