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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6 (월)

볼보, 2030년까지 ‘100% 전기차 전환’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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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24년 2월 캐나다에서 열린 자동차전시회에 전시된 볼보 전기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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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자동차 볼보가 2030년까지 판매 모델을 전기차로 모두 바꾸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볼보뿐만 아니라 지엠(GM)과 메르세데스-벤츠 등 전 세계 완성차 업체들은 최근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후 위기 대응 등을 위해 전기차 위주로 재편되던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수요 둔화와 중국 브랜드의 급격한 침투로 인해 격변을 맞이하고 있다.



볼보는 4일(현지시각) 열린 기업설명회에서 2030년까지 판매하는 모든 차량을 순수 전기차로 전환하려던 계획을 전면 철회한다고 밝혔다. 짐 로완 볼보 최고경영자(CEO)는 “2030년까지 100% 순수 전기차로 전환할 수 있지만, 시장 환경이나 인프라, 고객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목표를 몇 년 늦추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2030년까지 순수 전기차로 판매 모델을 전환하는 대신 내연기관을 함께 쓰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도 같이 팔겠다며 계획을 수정했다.



전기차 전환 계획을 늦추는 것은 볼보만이 아니다. 주요 완성차 업체 상당수는 올해 들어 전기차 생산이나 설비 투자 계획을 유보하고 있다. 독일 벤츠는 판매 차량의 50%를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전기차로 바꾸겠다던 목표를 2025년에서 2030년으로 5년 미뤘다. 미국 지엠은 사실상 전기차 생산 목표를 철회했다. 미 미시간주 전기 트럭 공장 가동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6개월 미루면서, 2025년까지 북미에서 100만대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던 목표 달성이 어려워졌다. 메리 바라 지엠 최고경영자는 “우리는 수익성을 챙기면서 책임감 있게 성장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포드는 한차례 미뤘던 3열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생산을 아예 취소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달 열린 인베스터 데이에서 2028년 하이브리드차 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40% 늘린 133만대로 잡았다. 2023년 인베스터 데이에선 전기차 회사로 공격적으로 전환하겠다는 전략을 내놓았지만, 올해는 전기차 전환의 징검다리로 하이브리드차를 내세우며 뒤로 물러섰다. 보조금 축소와 충전 인프라 미비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줄자 하이브리드가 소비자와 업체 모두에 대안으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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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 자동차 시장을 선도하던 업체들이 전기차 전환 계획을 늦추는 것은 전기차 수요 감소와 함께 전환에 따른 대규모 자금 부담이 꼽힌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전기차 2.0. 산업재편의 시간’ 보고서에서 “유럽과 미국의 전기차 캐즘(수요 일시 감소)은 공급 측면에서는 전통 내연 자동차 중심의 강력한 공급 구조와 수요 측면에서 인프라 구축 부진이 맞물린 것으로, 상당 기간 전기차 세대교체가 지연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전기차를 앞세운 중국 브랜드들이 만리장성을 넘어 세계 시장에 진출한 것도 미국과 유럽 업체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중국 자동차 수출량은 2020년 107만대에서 2023년 522만대로 늘었다. 전기차 모델 개발과 생산라인 신설 등 전기차 전환에 많은 자금이 필요한데 다른 자동차 업체들은 중국 차의 약진에 휘청거리고 있다. 미 시엔엔(CNN)은 4일(현지시각) 독일 폴크스바겐이 공장 폐쇄 계획을 내놓은 것에 대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에서 누렸던 황금기가 끝났다”며 중국 내 판매 부진이 구조조정을 불렀다고 분석했다.



전기차 투자를 늦추는 것은 향후 부메랑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전기차 시장이 완전히 중국 업체와 미 테슬라가 주도하는 판으로 굳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시장조사업체 에스엔이(SNE)리서치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전기차 판매 1위 중국 비야디(BYD)는 올해 1∼7월 184만1천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25.7% 증가했다. 2위는 테슬라(95만4천대)였고, 지리그룹(64만5천대)과 폴크스바겐그룹(52만2천대), 상하이자동차(49만4천대)가 뒤를 이었다. 현대차그룹(31만2천대)은 7위였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과 미·유럽 간 전기차 격차 확대는 중국 주도의 전기차 산업구조 재편을 가속시키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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