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산포럼 12~14일 진행…90개국 참석
대만·남중국해 등 민감 주제는 언급 피해
토론회에서는 미·중 전문가 날 선 논쟁
둥쥔 중국 국방부장이 13일 베이징에서 열린 샹산포럼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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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쥔 중국 국방부장이 13일 베이징에서 열린 연례 국제안보회의 샹산포럼에서 “중국은 세계 안보에서 새롭고 더 큰 역할을 원한다”며 기후위기·테러리즘 대응 등을 강조했다. 대만·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피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둥 부장은 이날 제11차샹산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중국은 인공지능(AI) 등과 같은 새로운 안보 분야에 대한 글로벌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향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둥 부장은 “인민해방군은 평화를 구축할 의지가 있다”며 “다른 나라 군대와 개방적이고 실용적인 협력에 열려 있고 진정한 마음으로 도울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전쟁을 언급하면서 “평화가 문제해결을 위한 유일한 탈출구”라고 말했다.
둥 부장은 기후변화·테러리즘 등 인류 공동의 문제에는 “그 누구도 외부인이 될 수 없다”며 공동 대응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안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공정하고 질서 있는 국제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둥 부장은 이날 연설에서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와 같은 민감한 문제를 직접 거론하거나 미국을 정면으로 비판한 발언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는 지난 6월 샹그릴라 대화에서는 “대만 독립은 자멸의 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둥 부장은 연설에서 “다른 지역 문제에 개입할 때 다른 당사국들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자율적 결정을 내리는 국가만이 국제사회에서 존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을 중심으로 하는 시스템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미국이 동맹국을 규합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대만과 필리핀을 적극 지원하는 행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방부장이 샹산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한 것은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2020~2022년 회의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으로 화상으로 대체됐다. 대면 행사가 재개된 지난해 회의에는 리샹푸 전 국방부장이 부패 혐의로 실각해 불참했다.
2006년부터 시작된 샹산포럼은 싱가포르에서 매년 열리는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대응하는 다자 안보행사이다. 중국 관영매체는 런던 국제전략연구소가 후원하는 샹그릴라 대화를 “아시아에서 긴장과 갈등을 조성하고 중국을 비난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며 비판해 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포럼 개막식 축하서한을 보내 샹산포럼이 “전 세계적인 안보 도전 과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고 인류 운명 공동체를 구축하는 데 새롭고 더 크게 기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중국 국방부에 따르면 오는 14일까지 열리는 올해 샹산포럼은 역대 최대 규모이다. 미국과 러시아·우크라이나·이스라엘 등 90여개 국가·국제기구 대표단 500여명이 참석했다. 미국은 작년보다 급을 높여 마이클 체이스 국방부 중국·대만·몽골 담당 부차관보를 파견했다.
베트남, 라오스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도 국방장관을 파견했다. 필리핀은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다.
둥 부장은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대만·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날 열린 토론회에서 미·중 양측 전문가들은 이 주제로 열띤 설전을 벌였다.
우신보 상하이 푸단대 미국연구센터소장은 “중국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존중하지 않고 공개적으로든 비밀리에 진행하든 대만 독립을 조장하고 있다고 느낀다”며 “중국, 미국, 대만 모두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하고 있다.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말했다.
중국·대만 문제를 담당했던 릭 워터스 전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우 소장의 지적에 “대만 문제는 ‘인식’ 외에도 구체적 ‘행동’이 중요하다”며 “중국은 미국이 대만을 볼모로 삼고 있다고 믿고 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대만을 협상카드로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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