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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특수부대, 시리아 내 이란 미사일공장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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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습 때 이례적 지상작전 펼쳐

조선일보

지평선을 붉게 물들이는 것은 떠오르는 태양이 아니다. 9일 새벽 시리아 중부 하마주(州) 마시야프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일어난 폭발로 화염과 연기가 솟구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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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이 지난 8일 시리아 중부의 여러 군사 시설을 공습하는 과정에서 특수부대를 투입, 이란의 비밀 미사일 제조 공장을 파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군이 해외의 반(反)이스라엘 무장 세력이나 이를 후원하는 이란의 군사 시설을 공습하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다. 특히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가자 지구 이슬람 무장 단체 하마스 간의 전쟁 발발 이후에는 지속적으로 이러한 공습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직접 특수부대 병력을 보내 파괴 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로 인해 한동안 소강 상태였던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긴장이 다시 고조될지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리아 현지 매체들은 12일 “지난 8일 밤 이스라엘이 하마주(州) 마시야프 인근 총 3곳을 공습하면서 자국 특수부대를 투입했다”고 보도했다. 반정부 성향의 시리아TV는 “헬기에서 이스라엘 군인들이 밧줄(레펠)을 타고 내려와 군사 기지에 침투했다”며 “이곳의 이란 군사 시설과 러시아 통신 센터를 급습해 여러 문서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특수부대는 특히 이곳에서 파괴 작전도 수행했다고 일부 매체들이 보도했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공격으로 이란의 지하 미사일 공장이 파괴됐다”며 “이스라엘은 최소 5년간 이 공장의 건설 과정을 지켜보면서 공습만으로는 파괴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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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밤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받은 시리아 마시야프의 모습. 이스라엘의 폭탄이 공터에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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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미사일 공장은 이란 혁명수비대가 레바논 무장 단체 헤즈볼라와 시리아 정부의 협조를 받아 2018년부터 건설·운영해 온 곳으로 알려졌다. 마시야프 남서쪽 약 6㎞ 지점으로, 레바논 국경에서 불과 40여㎞ 떨어져 있다. 혁명수비대는 이곳에서 비밀리에 만든 미사일을 헤즈볼라는 물론, 시리아 내 친(親)이란 무장 단체와 하마스에도 공급하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스라엘은 작전 개시에 앞서 미국에 알렸고 미국 역시 반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악시오스는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스라엘의 이번 작전으로 이란과 헤즈볼라의 정밀 중거리 미사일 생산 능력이 큰 타격을 입게 됐다”고 분석했다.

이번 작전에 투입된 이스라엘 특수부대는 공군 5101부대, 일명 ‘샬다그’로 전해졌다. 샬다그는 히브리어로 물총새라는 뜻이다. 1974년 제4차 중동 전쟁 이후 조직돼 올해로 창설 50년을 맞았다. 특수 정찰, 요인 구조, 중요 시설 파괴 등이 주요 임무로, 5일간의 ‘지옥 테스트’를 통해 초(超)정예 인원만 선발한다. 샬다그는 이번 작전에서 불과 1시간 만에 공장 내 주요 장비와 문서를 확보한 뒤 시설을 완전히 폭파하고 철수했다고 그리스의 중동 전문가 에바 쿨루리오티스가 전했다. 시리아TV는 “이스라엘 특수부대가 현장에서 이란인 2~4명을 붙잡아 신문했다”고도 보도했다. 샬다그가 이들을 잡아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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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진경


이스라엘과 이란, 시리아 등 당사자들은 이번 작전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특수부대 투입은 물론 시리아 공습 자체를 언급하지 않는 가운데, 시리아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최소 14명이 숨지고 40여 명이 다쳤다”고만 밝혔다. 이란 역시 “시리아 영토에서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이 범죄적 공격을 저질렀다”고 비난하면서도 이란 혁명수비대의 피해나 관련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군사 전문가들은 “지하 미사일 제조 공장이 실제로 존재했다면, 이란은 물론 시리아 입장에서도 인정하기 힘든 ‘불편한 사실’”이라며 “이번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이란 간 긴장이 추가적으로 고조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7월 31일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테헤란에서 암살된 이후 40일 이상 일촉즉발의 긴장 상황을 이어오고 있다. 이란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직접 나서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은 의무”라고 천명하면서, 어떤 형태로든 보복에 나서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그러나 직접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 공격에 나설 경우 중동 지역 전체에 감당 못할 확전을 몰고 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서방과 대화를 통해 경제 제재를 풀겠다는 공약으로 당선된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입장에서도 분쟁 확대는 가능한 피해야 할 선택지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를 노리고 오히려 더 ‘강수’를 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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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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