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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6 (목)

한국 등 5개국이 앙코르와트 보수… 세계유산, 세계가 함께 지킨다[김대균의 건축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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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중심부인 ‘바칸’

한국이 3년간 정비 작업 참여… ODA, ‘원조’보다는 ‘협력’ 방점

기후위기 시대 인류 공존 위해… 전 세계 함께 해법 모색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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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전경.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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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균 건축가·착착스튜디오 대표


《유적 보존 돕는 ‘건축 인도주의’

얼마 전 출장으로 앙코르와트가 있는 캄보디아 시엠레아프에 갔다가 앙코르와트 내부 중 가장 중심부인 ‘바칸’을 보수하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사실을 알고 놀랍고 자랑스러웠다. 예전에 BBC나 NHK에서 영국, 일본 등 선진국이 다른 나라의 유적을 발굴, 조사하는 활동을 접하면 막연한 동경과 부러움이 들었다. 그런데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앙코르와트의 북동쪽 기단부 보수정비사업을 올해부터 약 3년간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이 하고 있다.》

앙코르 유적에서 활동하는 수많은 국제기관 중 한국을 포함한 단 5개 국가만이 앙코르와트 보수정비에 참여했기에 한국의 국력과 기술력, 신뢰를 확인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대목이다. 앙코르와트 이외에도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 KOICA(한국국제협력단)가 공동으로 크메르 제국 전성기 왕궁 앞에 지어졌던 프레아피투 사원과 코끼리를 조련했던 코끼리 테라스 보전·복원 사업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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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보수·정비 사업에 참여하는 건 독일, 일본, 이탈리아, 미국에 이어 우리나라가 다섯 번째다. 프레아피투 촘 사원 보존·복원을 위한 해체 조사 작업 모습.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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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적개발원조(ODA)’는 국가나 공공기관이 개발도상국의 경제 발전과 사회복지 증진을 목표로 제공하는 자금이나 기술 협력 등의 원조를 의미한다. 하지만 ‘원조’보다는 상호국가 간의 ‘협력’을 강조하기 위해 ‘국제개발협력’이 좀 더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대한민국은 ODA와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그것은 원조받던 ‘수원국’에서 원조하는 ‘공여국’으로 전환된 세계 최초의 사례이기 때문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부터 1948년까지 미군정이 제공한 원조 이후 1974년 개도국의 경제개발을 돕기 위해 설립된 국제금융기관인 국제개발협회(IDA) 수혜대상국을 졸업하기까지 약 30년간 많은 국제원조를 받았으며, 그 이후에도 국가적 어려움으로 인해 다양한 유무상의 원조가 1990년대까지 이어졌다. 반대로 대한민국도 1987년 ‘대외경제협력기금’을 조성해 개발원조 협력의 본격적인 계기를 마련했고, 1991년 KOICA를 설립한 뒤 기술협력, 인적교류사업 등을 통합해 관리의 기틀을 마련했다. 2009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ODA ‘공여국’들의 대표적인 협의체인 ‘개발원조위원회(DAC)’ 24번째 회원국이 됐다. 유엔에 가입된 OECD DAC 회원국은 ODA로 국민총소득(GNI)의 평균 약 0.3%를 지출하고 있으며, 한국도 2023년 기준 0.18%로 국제 평균을 따라 꾸준히 높여가고 있다. 한국의 해외 ODA 사업은 금융과 의료, 위생, 보건, 교육 분야를 비롯해 산업, 기술,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주제로 아시아, 아프리카, 남아메리카 등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인종과 나라가 다름에도 인도주의적 지원과 인권 보호를 인류가 공동으로 지켜나가고, 인류의 위대함과 교훈을 주는 역사적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규정해 그 나라가 경제가 어려워 보존의 손길이 부족하다면 세계가 십시일반으로 도와서 보존하는 것은 인류문명의 역사를 통틀어 유례가 없었던 인류의 진보다. 가끔 우리나라도 어려운 사람이 많은데 외국까지 원조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한국은 이제 OECD 회원국 중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으로 국제사회에 역할을 담당할 위치에 와 있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활동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국제관계를 통해 자국의 안정과 번영이 견고해진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자국 문화 또한 다양한 문화의 교류와 비교를 통해 자국 문화 특성을 더욱 선명히 이해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 동시에 문화교류를 통한 문화의 비판적 성장은 더욱 건강하고 한 단계 성숙한 사회로 만든다.

유엔은 2015년에 2030년까지 모든 나라가 함께 달성해야 할 총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했다. 크게 세 가지 주제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첫째 빈곤 퇴치, 기아 종식, 깨끗한 물과 위생, 양질의 교육 등 불평등과 가난 해소, 둘째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환경보전과 책임 있는 생산 및 소비, 마지막 셋째는 지속가능한 도시와 사회, 적정 가격의 깨끗한 에너지, 혁신과 인프라 구축 등과 같은 지속가능한 경제 개발이다. 이들 목표는 유기적으로 사회와 경제, 환경이 상호 긴밀한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인식을 기반으로 하며 특히 빈곤, 기아, 여성과 소녀 등 약자들에 대한 차별의 종식을 강조하고 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노력이 휴머니즘이라면, 함께 사는 사회와 지구를 좀 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공간이 되도록 하는 노력이 인도주의다. 미래의 건축 역시 이런 인도주의적 관점이 또 하나의 중심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인도주의 실천에는 정치적, 도덕적, 종교적 딜레마가 늘 따르게 된다. 따라서 인도주의는 공정성, 중립성, 책임성을 바탕으로 한다. ‘원조’가 아니라 ‘협력’이라는 단어를 더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ODA는 단지 자비나 국가의 우월함을 알리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인간으로서 서로 돕고 협력하는 관계를 통해 상호긍정을 학습하고, 기후 위기에 국가와 지구의 관계를 모색해 인류 스스로 지켜 나갈 해법을 찾는 것이다.

김대균 건축가·착착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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