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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6 (목)

[횡설수설/이진영]반가운 아이 울음소리… 코로나 기저효과 넘어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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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한국 저출산 문제의 해결사로 주목받아 온 것이 에코붐 세대다. 2차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로 출생률이 높았던 연령군이다. 올해 28∼33세로 결혼 적령기가 된 이들이 코로나로 미뤄둔 결혼과 출산을 하면 올해 출산율이 바닥을 찍고 반등해 2040년엔 1.19명이 된다는 것이 정부 추계다. 그런데 올 7월 출산과 혼인 건수가 모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출생아 수는 2만601명으로 1년 전보다 7.9% 증가했다. 17년 만에 최고 증가율이다. 혼인 건수도 33% 늘었다. 코로나 기저효과 덕분일까, 정말 출산율이 반등하는 걸까.

▷출산에 영향을 주는 요인은 많고 그 방향도 일정하지 않다. 다만 산업 국가의 경우 이민자의 유입이 없으면 현재 인구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체출산율(2.1명) 이하로 출산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이후 서구 선진국들의 출산율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연구자들은 성평등 수준이 높아진 덕분이라고 해석한다. 여성의 학력과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면 출산율은 떨어지지만 부부가 공평하게 가사를 분담하고 일과 가정 양립이 수월해지면 1.5명 안팎까지 반등한다는 것이다.

▷이는 같은 서유럽 국가들 중에도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은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반면 이탈리아는 저출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프랑스(1.83명)는 ‘셋째 낳기’를 목표로 현금, 서비스, 시간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독일(1.58명)은 ‘남편은 생계, 부인은 양육’이라는 전통적 가족 모델부터 바꿨다. 스웨덴(1.67명)은 부모가 동시에 쓸 수 있는 육아휴직을 30일에서 60일로 늘리는 방안까지 추진 중이다. 유독 이탈리아(1.25명)만이 1.3명 이하의 초저출산 문제로 시름이 깊은데 뿌리 깊은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문화 탓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도 남성의 가사 분담률이 선진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특히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출산율을 좌우하는 새로운 요인으로 꼽히는 것이 불안감과 좌절감이다. 엄마, 아빠가 되는 나이는 각각 32.5세와 35세인데 평균 퇴직 연령이 49세다. 14∼17년 정도 일할 수 있으니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출산을 꺼리게 된다. 소셜미디어로 유통되는 온갖 출산과 육아 정보도 불안감과 박탈감을 부추기고 있다는 진단이다.

▷‘2023년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녀를 가질 계획이 있는 청년들의 비율이 3년 전보다 늘어났다. 하지만 출산의 희망이 실제 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이탈리아의 희망 자녀 수 차이가 0.2명일 때 출산율 차이는 0.8명이었다. ‘출산 의도 실현의 실패’ 탓이다. 원하는 만큼 낳고 키우도록 불안감과 부담감을 덜어준다면 기적처럼 출산율도 반등할 것이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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