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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신촌에만 스터디카페 50개…된다하면 '불나방 창업' 골병 [창간기획, 자영업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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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서울 신촌의 스터디카페 미플 점주 김주완(67)씨가 가게 안에서 노트북 등 기기를 체크하고 있다. 스터디카페는 최근 커피숍 못지않게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무한경쟁 영역에 접어 든 상태다. 네이버 검색 결과 신촌 지역에서만 총 54개의 스터디카페가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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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김주완(67)씨 부부가 신촌역 인근에 개업한 ‘미플’ 카페는 당시 신촌에 존재하던 ‘원조’ 스터디카페 세 곳 중 하나였다. 나머지 두 곳은 현재 스터디카페의 원형과도 같은 ‘민들레영토’ ‘토즈’였다.

하지만 지금은 신촌에만 50곳 이상의 스터디카페가 난립해 있다. 커피숍, 대왕 카스테라, 탕후루 등으로 대표되는 한국 자영업의 대표적 특징, 즉 과잉 경쟁과 쏠림 현상이 이 업종에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 업종코드 분류상의 정의에 따르면 스터디카페는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카페·독서실 형태의 공간에서 공부, 회의, 토론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산업’이다. 쉽게 말해 독서실과 카페, 공간대여업이 결합된 형태다.

업의 특성상 대학가나 학군지 등에 밀집할 수밖에 없다. 설립도 매우 쉽다. 유사 업종인 독서실이 ‘학원설립운영등록증’을 관할 교육청에 제출해야 개설 가능한 등록 업종인 데 반해 스터디카페는 자유업종이라 공간만 확보하면 누구나 조건 없이 설립할 수 있다. 이런 특징을 눈여겨본 프랜차이즈가 이 업계에 뛰어들면서 2017년부터 스터디카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스터디카페협회가 코로나19 지원금 신청을 위해 조사한 약식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수도권에만 2200여 개의 스터디카페가 존재했다. 지금은 훨씬 더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과잉 경쟁은 필연적으로 ‘치킨 게임’과 패자의 도태로 이어진다. 최대 1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도 상당한 순이익을 남겼던 김씨 부부의 삶은 2010년대 후반부터 180도로 달라졌다. 일단 원가 급등에도 불구하고 경쟁 업체들의 덤핑 공세 때문에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 1인당 한 시간에 1500~3000원이라는 미플 카페의 가격은 10여 년 전과 동일한 수준이다. 꽤 오래전 적자로 돌아선 살림은 이제 생계를 위협할 정도로 심각해졌다.

삶의 질도 크게 떨어졌다. 부부는 인건비 급등 이후 직원들을 다 내보냈다. 무인 스터디카페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24시간 영업 시스템에도 보조를 맞춰야 했다. 견디다 못한 부부는 카페를 매물로 내놓았지만 아직 인수 희망자를 만나지 못했다.

김씨는 “이 사업을 먼저 시작했던 아내가 최근 ‘당신 퇴직금까지 다 쏟아붓게 하고 고생시켜서 너무 미안하다’며 울더라”고 말했다.

과잉 경쟁은 한국 자영업의 상수(常數)이자 가장 심각한 문제다. 원인은 역시 자영업자가 너무 많다는 데 있다.



작년 91만명 폐업, 115만명 창업…쉬운 창업이 쉬운 폐업 불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15세 이상 취업자 대비 자영업자 비율’은 23.2%(2023년 기준)로 OECD 국가 중 5위다. 더 높은 나라는 콜롬비아, 멕시코, 칠레, 코스타리카뿐이다. 일본은 9.5%, 독일은 8.4%, 미국(2021년 기준)은 6.6%에 불과하다.

자영업자가 이렇게 많은 건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가 부족한 데 반해 창업은 쉽기 때문이다. 술을 취급하는 일부 업종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신고만으로 창업이 가능하다. 선호 기업 취업이 어려워진 이들은 생존을 위해 대거 자영업에 뛰어든다.

중앙일보

신재민 기자


특히 프랜차이즈 덕택에 상대적 소자본으로 ‘맨몸 창업’이 가능해진 이후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한철 유행에 따른 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도 이 때문이다. 특정 품목이 유행하면 프랜차이즈가 대거 그 시장에 뛰어들어 단기간에 가맹점을 확 늘린다. 이 때문에 동종 업체들이 좁은 공간에 빽빽이 들어차 부대끼다가 빠르게 공멸하는 결과를 초래하곤 한다.

녹두거리에서 피자가게를 운영하는 황성철(가명·60)씨는 “이 앞 호두과자 가게가 원래 탕후루 가게였는데 개업하자마자 바로 옆에 탕후루 집이 생겼다. 그래서 업종 전환을 했는데 그 옆에 호두과자 가게가 또 생기는 바람에 개업 6개월 만에 가게를 내놨다”고 실태를 소개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폐업한 개인사업자는 91만 명으로 사상 최고치였지만, 신규 창업자는 그보다 더 많은 114만7000명이었다. 전반적인 자영업 고령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자연 감소만 기다리기는 어려운 이유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 비중을 낮춰 레드오션에서 블루오션으로 바꿔야 한다”며 “한계 상황인 자영업자는 폐업 지원을 통해 임금근로자로 편입시키고, 영업이 잘 되는 자영업자는 소기업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해 자영업자 수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기획재정부가 앞장서 주도적으로 자영업 문제를 총괄하도록 하는 한편, 국회에 자영업자 단체 대표들이 동참하는 민·관·정 협의체를 만들어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박진석·조현숙·하준호·전민구 기자, 사진 김현동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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