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다세대주택 외벽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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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름 ‘역대급 폭염'으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지난 8월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최고 구간(3단계, 450㎾h 초과, ㎾h당 307.3원)을 적용받는 가정이 1천만 가구를 넘어 선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한국전력(한전)이 장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한달 동안 국내 2512만 가구 중 3단계 누진 구간의 전기요금을 적용받는 가구가 1022만 가구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은 주택용 전기요금을 부과할 때 사용량에 따라 3단계로 구간을 나눠 많이 쓸수록 더 많은 요금을 내도록 하는 누진제를 적용하는데, 전체 10가구 중 4곳 이상(40.5%)이 가장 높은 3단계의 누진요금을 적용받은 것이다. 가장 적은 요금을 부과받는 1단계(300㎾h 이하, ㎾h당 120원)에 해당한 가구는 895만, 중간인 2단계(301~450㎾h, ㎾h당 214.6원) 해당 가구는 604만이었다. 지난해 8월에는 전체 가구 가운데 1단계 가구가 993만 가구로 가장 많았는데, 올해 8월에는 3단계 가구가 21% 급증해 가장 많게 된 것이다.

앞서 한전은 올해 8월 주택용 가구당 전기 평균 사용량은 363킬로와트시(㎾h), 평균 전기요금은 6만361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9%, 13%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평균 전기요금으로 환산하면 8월에만 가구당 약 7500원이 증가한다. 요금이 3만원 이상 비싸지는 가구 수도 약 240만 가구에 달한다.

한전은 지난 2018년부터 여름철 가정 전기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7~8월 누진세 구간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봄·가을·겨울철 2단계 누진세 구간은 201~400㎾h 이하, 3단계 구간은 400㎾h 초과지만, 여름철 2단계 구간은 201~400㎾h 이하, 3단계 구간이 450㎾h 초과로 사용량을 확대 적용하는 식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여름철 이상기후로 대다수 가구가 최고 누진세를 적용받게 되면서, 징벌적 누진 구간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철민 의원은 “전기 과소비를 막기 위한 징벌적 성격이 있는 누진세의 최고 구간에 가장 많은 가구가 몰린 상황은 제도 취지와 맞지 않다”며 “기후위기와 에어컨 보편화 같은 생활 방식 변화 등을 반영할 수 있도록 누진 구간 조정 등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