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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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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두무게 줄이면 5500㎞ 날아간다...中도 한국 ‘괴물미사일’에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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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의 온차이나]

“현무-5, 사실상 중거리 탄도미사일”

김정은 벙커 등 북한 대량응징 넘어

중·러 타격 능력 갖추려는 의도로 분석

조선일보

10월1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 등장한 현무-5 탄도미사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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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일 국군의 날에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현무-5 탄도미사일이 처음 공개되자 중국이 긴장하는 모습입니다. 현무-5는 탄두 무게가 8t으로 세계에서 탄두 무게가 가장 무거운 미사일이죠. 유사시 지하 100m 깊이의 지하 벙커에 은신한 북한 지휘부와 핵시설을 타격하기 위한 미사일입니다.

현무-5는 8t 탄두를 장착했을 때는 사거리가 300㎞이지만, 탄두 무게를 1~2t으로 줄이면 사거리가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수준인 3000~5500km로 늘어난다고 하죠. 중국은 이 점을 우려합니다. 사실상 중국의 둥펑-26과 비슷한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중국 영토의 절반 이상이 현무-5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간다는 거죠.

9축 차량을 이용한 이동식 발사대, 고압가스로 미사일을 밀어올려 공중에서 점화하는 콜드런치 등에 대해서도 미심쩍어하는 눈치입니다. 방공 능력이 부족한 북한을 겨냥한 미사일치고는 너무 성능이 좋아, 사실상 중국 견제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것 아니냐는 거죠.

◇발사 중량 둥펑-26의 1.6배

중국 매체들은 이 미사일이 사실상 중거리 탄도미사일이라는 점에 초점을 두고 보도했습니다. 관영 펑파이신문은 “탄두 중량을 1t으로 줄이면 사거리가 5000㎞에 이른다”면서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의 많은 지역이 사정거리 안에 들어간다”고 했어요. 시나닷컴도 “콜드런치 발사 방식 등을 포함해 중국군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둥펑-21의 초기 형태와 유사하다”면서 “현무-5 미사일의 장거리 발사 능력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고 썼습니다.

한 군사 블로거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근접한 미사일”이라고 했더군요. 중국의 둥펑-26, 러시아의 이스칸데르, 인도의 아그니3 등 주요국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은 500㎏에서 2t 정도입니다.

중국은 2015년9월 세계 반파시즘전쟁 승리 70주년 열병식에서 괌 타격용 IRBM인 둥펑-26을 처음 공개했는데, 현무-5를 이 미사일과 비교한 분석이 많았습니다. ‘한국판 둥펑-26′이라는 거죠. 둥펑-26은 사거리가 5000㎞로 길이 15m, 직경 1.7m에 총발사 중량은 20t입니다. 현무-5는 길이 16m, 직경 1.6m에 총발사 중량은 36t이죠. 현무-5의 발사 중량이 둥펑-26의 1.6배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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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무-5 미사일 공개 소식을 알린 환구시보 인터넷판의 10월2일 보도. '사거리 5000km 이상인 한국의 최강 미사일 첫 공개'라는 제목을 달았다. /환구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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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겨냥해 요격 회피 기능 갖춰”

현무-5의 성능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요. 현무-5는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동일한 쌍뿔형 탄두를 채택해 종말 단계에서 변칙 기동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방공망으로 요격하기가 쉽지 않겠죠.

중국 군사 블로거들은 한국군이 곧 기동형 탄두 재진입체(MARV), 다탄두 개별유도 재돌입체(MIRV) 등도 개발해 현무-5에 탑재할 것으로 봤어요. MARV는 탄도미사일이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기동 비행을 하면서 레이더 유도에 따라 정확하게 목표물을 타격하는 탄두를 말합니다. MIRV는 이런 탄두가 여러 개 들어 있는 재돌입 비행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만큼 요격이 쉽지 않게 됩니다.

중국은 방공망이 빈약한 북한을 상대로 굳이 이런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봐요. 사거리도 900km 정도면 북한을 타격하는 데 충분하다는 게 중국 측 시각입니다. 그런데도 사거리가 훨씬 길고 요격 회피 기능까지 갖춘 현무-5를 개발한 건 사실상 촘촘한 방공망을 갖춘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는 게 중국 측 분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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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2022년 10월1일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공개한 현무-5의 시험 발사 장면. /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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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용 SLBM 개발하나’ 촉각

9축 차량에 설치한 이동식 발사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동식 발사 차량은 전투기 공습 등에 대비해 발사 원점을 숨기기 위한 것인데, 북한에 그럴만한 공군력이 있느냐는 거죠.

콜드런치 발사 방식도 우려합니다. 현무-5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거죠. SLBM을 장착한 우리 해군 잠수함이 서해 상에서 잠행하다 현무-5를 발사하면 중국 전역이 타격 범위 안에 들어간다는 겁니다.

중국은 미군이 지난 4월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배치한 중거리 미사일 포대 ‘타이푼’으로 골치를 앓고 있죠. 미국은 대만 침공 억지를 위해 오키나와 일대에도 타이푼을 배치하는 방안을 일본과 협의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무-5가 대거 실전에 배치되면 미국 동맹국들의 중거리 미사일 포위망에 갇힐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요. 한 군사 블로거는 “현무-5가 베이징, 톈진, 선양 등 화북과 동북의 주요 도시는 물론 칭다오 북해함대 기지, 닝보 동해함대 기지 등도 공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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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권혜인


◇“국력 걸맞은 위협 능력 갖추려는 의도”

중국 내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단순히 북한의 핵위협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국력에 걸맞은 전략적 위협 능력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봐요. 장기적으로 미국, 일본 등과 함께 중국과 러시아 견제를 위한 집단안보체제를 만들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합니다.

인민해방군 대교(大校·우리의 준장급) 출신인 관영 CCTV 군사평론가 두원룽(杜文龍)은 “대형 미사일을 9축 이동식 발사 차량에 실어 수송과 발사, 보관을 일체화하는 건 전형적인 장거리 미사일의 수송, 발사 방식”이라면서 “북한에 대한 대량응징을 넘어 중국 동부 연안과 러시아 극동 지역까지 타격할 능력을 갖추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어요. 그러면서 “미국의 전략적 틀 안에서 지원을 받으며 아시아판 나토 같은 체제를 구축하려는 목표도 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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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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